"우리에게는 이제 423개의 이름이 있다"
라스코 동굴벽화부터 현대까지 서양 미술의 역사 전체를 되짚은 책,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 초판에는 여성 미술가가 한 명도 소개되지 않았다. 현재 회화 경매에서 거래된 생존 예술가의 작품 가격은 여성 예술가의 것이 1240만 달러(약 54억), 남성 예술가의 것이 8000만 달러(약 993억)에 달한다.(12쪽) 이 책은 지난 5세기 동안 예술가로 활동한 400여 명의 여성의 작업물을 소개하고 그들은 기념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되었다. 시대순이 아닌 이름순으로 큐레이팅된 기억의 목록, A부터 Z까지 예술가의 이름과 그들의 대표작을 따라 걷다보면 당신의 미술관이 풍성해진다.
조지아 오키프의 꽃,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비비안 마이어의 비밀스러운 사진, 히토 슈타이얼의 재치, 바바라 크루거의 선언. 이 책을 만나기 전 나의 미술관에 걸려있던 작가들의 이름이다. 이 작가들의 이름 옆에 인종, 젠더, 정치 문제를 모두 말하는 니나 샤넬 애브니의 그림 <2007년 우리 반>을, 같은 여성작가인 라비니아 폰타나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를 후원하기도 했다는 소포니스바 안귀솔라의 자신감 넘치는 초상화 <체스 게임>을, 최초로 매그넘에서 일한 여성 사진가 이브 아널드의 고독한 사진 <홍등가의 술집 여자, 쿠바의 아바나에서>를, 상하이의 풍경을 SF적 상상력을 더해 재현한 추이 제의 <코너 빌딩>을 함께 놓는다. 500년의 여성 미술의 역사, 우리에겐 기억할 만한 423개의 이름이 있다. 정희진, 김수자, 김보라, 장영은, 유지원, 윤혜정, 김겨울이 추천했다.
- 예술 MD 김효선 (202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