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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다"는 말, 언제부턴가 조금 쑥스럽다. 그간 축적된 경험으로 세상의 무지막지함과 나의 먼지 같은 질량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세상을 바꾸겠다며 의협심을 불태우는 후배를 보면 기특한 동시에 어쩐지 쓴웃음을 짓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흩어지는 희망을 느끼고 있었기에 70대의 심리치료사 메리 파이퍼가 뿜어내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강한 신념의 에너지에 조금 놀라버렸다.
이 책은 글쓰기 책이지만 방점은 '나의 글'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에 찍혀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단호하게 "이 책은 글쓰기 방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너그러운 마음과 담대한 영혼을 가진 역량있는 작가들을 위한 책이다."라고 말한다.(이 책의 서문을 3번 읽었다. 읽을수록 멋진 글이다.) 서로를 타자화하며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세계 속에서, 그는 세상을 낫게 만드는 힘이 '연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타인과 다른 세계에 별개로 존재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것이 혁명의 단초라 여긴다. 연결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는 글쓰기를 제안한다.
서문의 문장을 "자, 이제 온 힘을 다해 시작할 준비가 됐는지."로 마친 그는 책의 내용이 전개되는 내내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의 글쓰기를 돕는다. 우리가 자신의 고유한 글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지, 왜 '일단' 시작해야 하는지, 주장과 은유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그는 자신의 경험, 가족의 이야기, 심리치료사로서 할 수 있는 조언 등 본인이 가진 수많은 자원을 활용해 오직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글쓰기'에 성공하도록 돕는다. 그 에너지에 덩달아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생각하게 된다. 연결이 혁명의 시작이라는 그의 말을 따르자면, 이 책은 작은 혁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