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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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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 너머의 페미니즘"
피해와 가해라는 말은 명확하다. 정말 그런가? 미투 운동을 거치며 벌어지는 각종 논란을 들여다보면, 이 구분과 규정이 생각처럼 선명하지 않다는 데에 다시금 놀라게 된다. 무엇이 성폭력인지 묻고 답하는 데에서 시작해 어디까지를 2차 가해로 볼 수 있을지, 이를 판단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등등 성폭력을 둘러싼 피해와 가해의 문제는 끝없이 물음을 이어가다 종종 방향을 잃기도 한다.

이 책은 페미니즘이 피해와 가해를 구분하거나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사상이 아니라고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피해와 가해라는 문제는 ‘누구’ 혹은 ‘무엇’의 문제에서 ‘권력과 폭력’의 문제로 재설정되어야” 하며, 따라서 피해와 가해 자체뿐 아니라 “사회가 피해와 가해의 맥락을 어떻게 이해하고 번역하고 정당화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폭력을 바라볼 때 우선시되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어떻게 “피해자를 타자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에 대응하기 위한 ‘개인’의 전략으로 사용”되는 2차 가해와 2차 피해라는 용어가 어떻게 “성폭력을 다시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만”드는지 살펴보면, 상황과 맥락이 가해와 피해로 요약되는 과정에 갇혀 제대로 살피지 못한 혹은 잊어버린 페미니즘의 애초 목표를 되살피게 된다. 이 과정을 건너뛰자는 게 아니라,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며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자는 제안이니, 오늘 고발의 목소리가 다음 변화의 메아리로 이어지는 데에 무엇이 필요할지, '사회적 약자로서 타자와 연대하는 페미니즘'의 내용과 의미를 세심하게 들여다보자.
- 사회과학 MD 박태근 (2018.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