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을 외울 때 첫 장부터 마주치게 되는 낱말은 집 우宇, 집 주宙. 이 낱말은 글자를 둘러싼 지붕 모양에서 시간축을 향해 나아가는 우주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김초엽, 천선란부터 그렉 이건, 윌리엄 깁슨을 넘나들며 과학소설의 우주를 개척해온 출판사 허블이 시적인 것과 SF적인 것의 접점을 모색하는 시집을 선보인다. SF적인 것을 사유하는 시가 놓인 집. 김혜순, 신해욱, 이제니, 김승일, 김현, 서윤후, 조시현, 최재원, 임유영, 고선경, 유선혜, 한영원이 참여해 바둑판 위에 돌을 올리듯 적절한 자리에 시편을 놓았다.
열두 편의 시가 한 부를 이루고 총 세 부로 서른여섯 편의 시를 엮은 시-집의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시인이 쓴 작품인지 시집 맨 뒤 편 수록작 안내문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가급적 시가 놓인 그대로 답을 모르는 채 궤도를 따라 감상해보면 좋겠다. SF적이면서 시적인 것, 기술적인 것이 자아낸 섬광을 함께 겪었으면 좋겠다. 더 많은 시가 놓일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