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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신 지연
나하늘 지음 |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고
눈이 오는 날에는 눈밭에 발이 빠지면서
살고 싶다
겨울이 오고 싶다
여기까지 내가 삼킨 말 조각을 하나뿐인 나의 언니가 모국어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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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백
박상수 지음 |
이름들이여, 심장들이여, 여기 우리의 시간들을 기억해주길, 밤의 나무들과 함께 눈과 입술에 깃든 여운으로 오래 우릴 기억하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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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랑도 있겠고, 인간 고유의 특성
김혜순 외 지음 |
슬프기 때문에 우는 생물은 인간이 유일하다는 가설은 이론의 여지가 있다. 슬프기 때문에 괴물을 만들어 내는 생물은 인간밖에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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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
송하얀 지음 |
나를 살리는 일이 우리의 가장 고귀한 일.
남은 손들이 문을 두드리고 욕설을 퍼부어도
이불을 덮고 발뻗고
잘 자요.
아침마다 잘린 손목들을 밟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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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경청
이민하 지음 |
어떤 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숲속을 달리는 아이들과 반짝이는 꽃과 열매
명랑한 토요일의 구름과 함께
해가 지도록 아이들이 뛰어다닌 건
숲이 아니라
숲속에 깃든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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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유선혜 지음 |
공룡은 운석 충돌로 사랑했다고 추정된다
현재 사랑이 임박한 생물은 5백 종이 넘는다
우리 모두 사랑 위기종을 보호합시다
어젯밤 우리가 멸종의 말을 속삭이는 장면
아주 조심스럽게
멸종해, 나의 멸종을 받아줘
우리가 딛고 있는 행성, 멸종의 보금자리에서
공룡들은 사랑했다 번식했다 그리하여 멸종했다
어린아이들은 사랑한 공룡들의 이름을 외우고
분류하고 그려내고 상상하고 그리워하고 아이들은 멸종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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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유수연 지음 |
버리긴 아까워 예쁘다 보는 게 있다
동산에 능금이 가득하다
능금은 옛 한국 사과다
이것을 알게 된 이유가 내겐 여름처럼 소중하다
상한 걸 도려내 건네던 때가
사람마다 한철씩 있다
내가 도려낼 상처인 걸 모를 뿐
그때 뭐라 뭐라 말하고
너는 하기 힘들다 했다
살아가는 게?
사랑하는 게?
답은 같아도 재차 물을 수밖에 없었다
죽은 사람 취급을 받아도 괜찮습니다
살아 있는 게 너무 재밌어서
아직도 빗속을 걷고 작약꽃을 바라봅니다
몇 년 만에 미장원엘 가서
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말한다는 게
머리 좀 쓰다음어 주세요, 말해버렸는데
왜 나 대신 미용사가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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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도 배웅도 없이
박준 지음 |
그날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울었고
어머니는 이제
어떻게 사냐며 울었다
공연히 따라 울고 있는 나에게
누나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밥상머리에서는
우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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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받는 기분
백은선 지음 |
물결에 부서지는 빛
이상하게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처럼 아파
이렇게 말해도 될까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너만 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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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지음 |
등이 젖은 사람을 따라 걷다가
저마다 웅덩이가 있구나
퐁당퐁당 생각했어
아무것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훼손되지 않고 싶다
너와 손을 맞잡고 싶지만
내 손안의 압정을 함께 견디고 싶지는 않다
선생님
제가 사랑이 없습니다
(…)
어제도 누가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지 하고 물었는데
보내주신 멸치볶음은 감사히 잘 받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인사말로는 부족합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친절보다 더 나은 약속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밤이 계속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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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
민구 지음 |
원장 선생님이 내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민구요. 그럼 성은? 민이요. 선생님은 또래 아이들이 있는 강의실로 나를 데려갔다. 그러고는 말했다. 자, 모두 주목. 오늘 우리 학원에 새로 들어온 민민구 학생을 소개할게.
나는 수업료 봉투에 적힌 이름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재현학원 5학년 민민구. 세상에 없는 이름. 그것은 인명사전에서 찾을 수 없었다. 이민구, 신민구, 한민구는 존재하지만 민민구는 이 나라 사람의 이름이 아니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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