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
이창래 : 거의 어디서나, 언제든지 읽습니다. 요즘은 비행기에서 읽을 기회가 많았는데, 정말 좋았어요. 특히 장거리 비행에서,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서 스스로를 책의 세계에 흠뻑 담그고 책의 리듬과 관점과 생각에 행복하게 빨려 들어갈 수 있었을 때 말이지요. 좋은 책은 진통제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비행기 여행을 할 때 느끼는 특유의 고통(불행하게도 저는 기내에서 자주 그렇습니다)도 일시적이나마 덜어주더군요.
조이스 캐럴 오츠 : 어디서든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제일 편안한 장소는 추운 날씨에 불을 피워놓은 벽난로 앞이고요, 임시방편으로 비행기, 대기실 또는 줄을 설 때도 책을 읽어요. 요즘에는 수화기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라는 말이 나올 때 읽는 경우가 많아졌고요.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읽을거리를 손에 들고 있어야 해요. 존 그리셤 : 주로 밤에 침대에서 잠들기 전에 읽어요. 여름에는 베란다로 나가서 시원한 천장 선풍기 아래 흔들의자에 앉아서 읽는 것도 아주 좋아하고요. |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
닐 게이먼 : 저는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그래도 컴퓨터로 읽는 건 별로예요. 무슨 책을 읽건 마치 독서가 일처럼 느껴지게 만들거든요. 아이패드로 읽는 건 괜찮아요. 어딘가에 킨들이 있는데 그건 거의 사용하지 않고 휴대전화, 아이패드 등 토스트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곳에다 킨들 앱을 깔아서 써요. 내가 어디까지 읽었는지를 기가 막히게 알고 있는 킨들의 성능에 완전히 반했거든요. 그동안 늘 읽으려고 시도하거나 끝까지 읽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두꺼운 책을 읽는 데 그 앱을 이용하고 있어요. 두꺼운 책은 그 책을 들고 다니는 부담으로도 책에 대한 흥미를 확 떨어뜨리니까요. 『몬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책들 말이에요.
셰릴 샌드버그 : 기술 산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아직도 종이책을 더 좋아합니다. 여행을 할 때는 아이패드를 들고 가지만, 집에서는 책을 집어들고는 통째로 휙휙 넘기며 훑어보고, 진짜 노란 형광펜으로 줄을 치고, 중요한 페이지 한 귀퉁이를 접어두는 걸 좋아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얼마나 많은 페이지 귀퉁이가 접혀 있는지 확인해보는데 그게 제가 그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아이패드의 킨들 앱을 이용하려고 시도해봤는데 손에 땀이 배면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더라고요. 이사벨 아옌데 : 여행할 때는 아이패드로 읽어요. 차에서는 오디오북을 듣고요. 제 침실에서는 종이책을 읽는데, 침실에는 편안한 소파, 램프, 그리고 저를 따뜻하게 해주는 개 두 마리가 있지요. 제가 대중없이 이 책 저 책 마구 읽는 인내심 없는 독자라는 걸 고백해야겠군요. 첫 40페이지까지 제 흥미를 잡아끌지 못하는 책은 그냥 내려놓습니다. 반쯤 읽다 말고 쌓아둔 한 무더기의 책들이 마저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제가 급성 간염이나 다른 심각한 병에 걸려가지고 쉬지 않으면 안 될 때라야 더 읽지 않을까 싶어요. 스콧 터로 : 여행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제가 글을 쓰는 아이패드로 거의 대부분의 독서를 하는 편입니다. 결국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종이가 아니라 글이니까요. 이렇게 하면 온 집안을 뒤지면서 제 책을 숨긴 불가사의한 힘을 헐뜯는 시간을 상당히 줄여주는 부가적인 장점도 있더라고요. 조이스 캐럴 오츠 :‘종이책’을 더 좋아하는 건 확실해요. 보통 인상적인 책표지와 본문 디자인이 책마다 서로 완전히 달라서 미학적인 대상이 되기도 하니까요. 전자책은 서로 거의 비슷하게 생겼고, 글자가 꼭 개미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서평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교정쇄 뭉치를 많이 보는 편인데, 거기에는 메모를 하지요. 하지만 온라인으로도 계속 책을 다운로드해서 보고, 여행할 때는 킨들로도 읽어요. 존 그리셤 : 아내가 제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킨들 파이어를 줘서 지금 무척 즐기고 있어요. 책을 더 많이 읽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주문은 더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제 침대 옆에는 늘 하드커버 책들이 무더기로 쌓인 채 제가 읽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지요. 1주일에 세 권을 시작해서 한 권은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메모를 하기엔 제가 좀 게으르고요. |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
알랭 드 보통 : 지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 시대의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제프 다이어의 최신작 『조나Zona』를 읽고 있어요. 책의 부제 ‘안드레이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스토커>에 관한 에세이’는 엄청나게 지루하게 들리지만, 다행히 다이어의 대부분의 작품처럼 그저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나 다름없습니다. 자신의 강박, 두려움, 광기가 자신을 갉아먹는 듯한 (그러면서 언제나 정겨운) 느낌 등에 관한 이야기죠. 순전히 그 자체로 하나의 위업인, 작가의 목소리 하나로 통일성을 갖는 책입니다.
제프리 유제디니스 : 지금은 프랑스 소설가 미셸 우엘벡의 『지도와 영토The Map and the Territory』, 지금 모두가 읽고 있는 것 같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패트릭 멜로스 소설』 사이를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우엘벡은 선동가로 알려져 있지요. 그의 책에는 이런 문장들이 나옵니다. “서쪽은 생활비가 비싸고 추웠다. 매춘의 질도 형편없었다.” 그의 책 『플랫폼platform』은 섹스여행과 이슬람의 테러리즘에 관한 책인데, 그 책 때문에 우엘벡이 프랑스에서 소송을 당했죠. 하지만 그가 비즈니스와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거대한 효과라는 주제에 대해서 얼마나 예리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의 책은 아마 가장 색다른 당과糖菓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프랑스적인 아노미와 사회적인 분석, 작가 해럴드 로빈스가 섞여 있는. 그는 암울한, 비미국적인 것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제가 얻을 수 있는 게 적지 않습니다. 존 어빙 : 저는 절대 침대에서는 책을 읽지 않습니다. 제 소설 『한 사람 안에In One Person』에 나오는 주인공 빌리 애벗은 양성애자 남성인데, 빌리라면 침대에서 책을 읽는 것보다는 남자나 여자와 섹스하는 걸 더 좋아했을 것 같군요. |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
이사벨 아옌데 : 집에는 남편이 오랜 세월에 걸쳐 사 모은, 아름다운 가죽 장정의 고전문학 책들이 꽂힌 전면 붙박이 책장이 있어요. 그 책들은 거의 장식용이에요. 세련돼 보이죠. 개인적으로 제 책꽂이가 따로 있는데 거기에는 스페인어로 된 책을 보관해둡니다. 스페인어로 된 책들은 미국에서는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다른 책들은 그냥 집에 좀 머물다가 사라지곤 합니다. 저는 아무런 수집벽도 없고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1년에 한 차례 이미 읽은 책들이나 앞으로 절대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을 전부 모아서(몇 박스 되지요) 기부해버립니다. 별로 아쉬운 마음도 안 들어요.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또 사면 되니까요.
셰릴 샌드버그 : 남편은 간소하게 축소하는 걸 좋아하는 유형이고요, 저는 쌓아두는 걸 좋아하는 유형이죠. 대학 때 보던 교과서까지 전부 다 가지고 있어요. 그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갑가지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가 읽고 싶은 충동이 들 때 말이지요. 그럴 때를 대비하는 거죠. 메릴린 로빈슨 : 참고도서는 식당 방에, 보관에 신경을 잘 써줘야 하는 오래된 책들은 거실 책장에 두고요, 신학과 철학 책은 침실 선반에, 고전과 고대 근동 문학은 서재에, 현대사와 미국 관련 책들은 책장만 가득차 있는 방에 보관하고, 그 외 분류가 안 된 책들은 계단에 쌓아두고 있지요. |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
닐 게이먼 :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누군가에 의해 쓰인 거로구나 하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어준 첫 번째 작가는 C. S. 루이스였어요. 괄호 안에 독자를 위한 멋진 설명이 들어 있는 걸 보고서 그걸 의식하게 된 거죠. 그때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게 기억납니다. “내가 작가가 되면 나도 괄호를 사용해야지. 각주도 달고. 각주는 꼭 있어야만 해. 그런데 그런 건 어떻게 하는 거지? 이탤릭체로도 쓸 거야. 그런데 이탤릭체는 또 어떻게 만드는 거야?”
조이스 캐럴 오츠 :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요. 제가 아홉 살 때 할머니께서 사주셨는데,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들이 확실히 제가 작가가 되는 데 영감을 불어넣어준 책이고, 앨리스는 제가 오랫동안 가장 동일시했던 주인공이죠. 그녀의 좌우명이 저랑 같았거든요. “궁금해하고 또 궁금해하라!” 알랭 드 보통 : 저는 매우 비문학적인 아이였습니다. 그런 사실이 책을 읽지 않는 아이를 둔 부모들을 안심시키는 경우도 있지요. 레고가 제 취미였고, 『핵발전소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See Inside a Nuclear Power Station』 같은 실용적인 책을 좋아했습니다. 책의 중요성을 발견한 건 사춘기가 시작되고 나서였죠. 저로 하여금 계속해서 책을 읽게 한 것은 부동의 고전 『호밀밭의 파수꾼Catcher in the Ray』이었습니다. 열여섯 무렵에는 울적하고 감상적인 상태로 종종 철학 코너에서 방황했고요. 키르케고르가 자신은 “처형당한 사람이 쓴 글”만 읽을 거라고 선언한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었지요. |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
리처드 도킨스 : 그건 그 사람이 얼마나 순진무구한 문자주의자인지에 따라 다를텐데, 성경을 발견하고는 놀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물론 킹 제임스 판이고요, 책장에 있기보다는 계속해서 나와 있죠. 자주 들춰보니까요. 때로는 제 책을 쓸 때 문구를 인용하려는 목적이고, 또 때로는 순수하게 문학적인 즐거움 때문에요. 특히 전도서와 아가서를 즐겨 읽지요.
말콤 글래드웰 : 저한테 제목에 “스파이”라는 말이 들어간 소설이 아무리 낮춰 잡아도 몇백 권은 있어요. 이창래 : 요리책이 많아요. 제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제가 요리하고 먹는 걸 좋아한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조리법을 잘 이용하지는 않아요. 그걸 사용하는 경우에는 조리법을 수정하고 싶은 걷잡을 수 없는 저의 충동 탓에 결국에는 그 결과물이 완전히 딴 게 돼버리고 말죠. 그러고 나서는, 그저 완전히 망치지 않았지만을 바라는 거죠. 제 생각에 여기에는 병적인 자기중심주의와 게으름(밖에 나가서 재료들을 찾으러 다니거나, 또는 적시된 요리 방법을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게 귀찮아서)이 똑같은 정도로 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음식 사진을 보는 게 좋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제 식욕을 자극하고 식탁에 곧 오를지도 모르는 것을 상상하게 만드니까요. 줌파 라히리 : 지금은 제 책꽂이에 있는 거의 모든 책이 이탈리아어로 된 책입니다. 1년 넘게 주로 이탈리아어로 된 책만 읽었어요. 그 결과, 책을 더 천천히, 하지만 더 찬찬히, 덜 수동적으로 읽게 됐지요. 할레드 호세이니 : 땡땡의 모험 시리즈요. 『남자는 왜 젖꼭지가 있을까?Why Do Men Have Nipples?』 『세계대전 Z World War Z』 『나도 레보스키, 너도 레보스키: 삶, 위대한 레보스키, 그리고 당신이 가진 것I’m a Lebowski, You’re a Lebowski』. 마지막 책은 말할 것도 없이 화이트 러시안(커피, 보드카, 크림을 넣어 만든 칵테일 이름. 꿈도 직업도 없는 주인공 제프리 레보스키가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칵테일이다―옮긴이) 제조법이 같이 나오는데, 컬트 클래식 팬한테는 필독서죠. 단지 제 의견일 뿐이긴 하지만요. |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
도나 타트 : 이것이 제게는 가장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매일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어떤 작가의 책을 정말로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작가오 ㅏ함께 어울리기 좋은 건 아닐 거예요. 오스카 와일드를 만난다면 정말 재밌을 거 같아요. 그를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 훨씬 더 멋진 사람이었다고들 말하니까요. 테네시 윌리엄스의 일기를 읽고 나서는, 테네시와 제가 만났다면 우리가 친구가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고요. 저녁식사 데이트라면, 알베르 카뮈죠. 그 트렌치코트! 그 담배를 꼬나문 모습! 제 프랑스어 실력도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고요.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리 차일드 : 방 안의 코끼리(굳이 거론되지 않더라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진실을 가리키는 말―옮긴이) 같은 걸로 해야죠, 뭐. 윌리엄 셰익스피어요. 이렇게 물어볼 거예요. 형씨, 당신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고 있었어요? 당시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의 눈부시게 빛나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의식하고 있었던 겁니까? 아니면 그냥 우리처럼 밥벌이를 하려고 요리조리 짜 맞춰 만들어내다보니 어쩌다 그렇게 된 건가요? 그리고 어쩌면 추가로 이런 질문도 할 것 같아요. 대체 『리처드 3세Richard Ⅲ』를 그렇게 우라지게 길게 만든 이유가 뭐예요? 글자 수대로 돈을 받기로 해서 그런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 왜 그런 겁니까? 마이클 코넬리 : 레이먼드 챈들러한테 『리틀 시스터The Little Sister』의 13장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어요. 그 책은 1940년대 로스앤젤레스 부근의 기운을 묘사하고 있는데, 지금의 그 도시에 대한 묘사로도 손색이 없지요. 정말 멋집니다. 그를 만나면 어떻게 그걸 해냈는지 물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짧게 챕터를 그성하는 그의 방식이 저로 하여금 작가가 되고 싶게 만들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또, 그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고문이었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레이, 작가가 즐거우면서도 잘 쓸 수 있는 건가요? 이렇게요. 이언 매큐언 : 너무 뻔한 얘기라서 죄송합니다만, 세익스피어 연극은 완성도가 보통만 돼도 커튼이 내려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들어요. 이 사람, 혹은 이처럼 따뜻한 지성을 지닌 사람을 절대로 알지 못할 거라는 사실에 대해서 말이지요. 제가 뭘 알고 싶냐고요? 그에 대한 뒷얘기들, 그의 사랑, 그의 종교(만약에 있다면요), 실버 스트리트에 살았던 시절, 17세기ㄧ우리에게 21세기가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세기였을一의 영국과 권력에 대한 그의 생각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왜 하필 스트랫퍼드를 은퇴지로 정했는지도 궁금해요. 계속해서 그의 전기가 나오고 있고, 셰익스피어가 다양한 종류의 기관들과 상호작용을 했던 사실에 대해서 많은 것들이 알려지긴 했지요. 영국은 이미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던 초기 근대국가의 단계였으니까요. 하지만 사적인 개인으로서의 셰익스피어는 언제나 우리의 시야를 빠져나가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아주 오래된 다락방에서 케케묵은 트렁크가 발견돼서, 그 안에서 피프스의 일기(새뮤얼 피프스가 1660년 1월 1일부터 1669년 5월 31일까지 쓴 일기. 당시의 런던생활, 궁정생활, 해군의 군정 및 자신의 사생활 따위에 관한 인상이 기록되어 있다―옮긴이) 같은 게 나오지 않는 한은 말이지요. 제임스 맥브라이드 : 저는 이미 제 영웅을 만났어요. 커트 보네거트요. 보네거트가 리하르트 바그너보다 루이 암스트롱을 더 좋아하는지 궁금했었죠. 그런데 대답이 기억이 안 나요. 그가 제 잔에다 술을 따라줬고,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었지요. 그의 술을 마시고, 그의 필터 없는 담배를 피우고 나서, 취해가지고 그의 집을 나와서 걸을 때는 마치 하늘을 나는 것만 같더군요. 그에게 왜 더 세고 몸에도 더 해로운, 필터 없는 담배를 피우냐고 물었더니, 그가 말했어요. “가격 대비 효과가 좋으니까.” 할레드 호세이니 : 공교육에서의 창조론과 진화론에 관한 전형적인 논쟁을 담은 비디오를 하나 다운로드한 다음, 19세기로 시간여행을 해서 찰스 다윈 앞에서 그걸 틀어줄 겁니다. 그에게 자신이 무엇을 촉발했는지 보여주는 거지요. 그런 다음에, 그의 반응을 보고 싶네요. |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
리처드 도킨스 : 아, 그럼요. 데이비드 로지의 굴욕 게임(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데이비드 로지가 가벼운 저녁 모임 등에서 즐기기 위해 만든 게임으로, 참석자들이 문학 고전 중에 읽지 않은 책 이름을 번갈아가면서 대는데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 이름을 읽지 않은 사람이 최종 승자가 된다―옮긴이)이라면 제가 챔피언일 겁니다. 너무 많으니까요. 하지만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를 들지요.
말콤 글래드웰 : 톨스토이 책은 한 권도 못 읽어봤어요. 그 점에 대해서 마음이 늘 편치가 않았는데, 빌 시먼스가 칼럽에서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 걸 읽고 나선 맘이 좀 편해졌지요. 시먼스는 책이란 책은 다 읽은 사람이잖아요. 그의 말에 따르면, 누구나 위대한 문화적 시금석을 적어도 한 권쯤은 건너뛸 필요가 있답니다. 이창래 : 유교와 기독교의 오래된 경전인 주역과 성경입니다. 살아오면서 서로 다른 시기에 두 책 모두 읽어보려고 시도했던 적이 있지만, 두 책 다 아직 조금밖에 읽지 못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시도할 것 같습니다. |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
스콧 터로 :너무 자주 그래서 저한테는 그런 짓을 지칭하는 말까지 있어요. 책을 읽는다가 아니라 책’을 쳐다본다’고 말하는 겁니다. 그건 책의 질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집중을 못한다는 표시에 더 가까워요. 저는 몇 달이나 몇 년 뒤에 다시 돌아가서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마저 읽는 걸로유명한 사람입니다. 그 범주에 든 마지막 작품이 테이아 오브레트의 『호랑이의 아내The Tiger’s Wife』였지요.
제래드 다이아몬드 : 현대 이탈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여성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 다치아 마라이니입니다. 그녀는 풍부한 감성이 녹아든 멋진 리얼리즘 장편소설과 단편 들을 많이 썼지요. 그 모든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딱 한 작품만 예외였어요. 『전장의 여인Woman at War』이라는 책은 불쾌한 사건과 불쾌한 인간관게를 겪는 불쾌한 주인공을 묘사합니다. 다치아 마라이니의 글이 너무도 그럴싸하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97페이지쯤에 이르자 저 자신이 그토록 불쾌한 상태에 빠져드는 게 더이상 견디기가 힘들더군요. 그래서 그만 책을 덮어버렸지요. 제임스 맥브라이드 : 성공회 교주 에드먼드 리 브라우닝이 쓴 『일 년 동안의 하루들A Year of Days』을 밤마다 읽다가 끝내지 못하고 내려놨습니다. 3년 동안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어왔지요. 한 번에 한 페이지씩만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형편없는 책들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런 책이야 많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수벌처럼 텔레비전의 지시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형편없는 책을 읽는 걸 보는 게 나을 것 같군요. |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
조앤 K. 롤링 : 셰익스피어 전집(꼼수를 쓰려는 게 아니에요. 저한테 진짜로 한 권짜리 전집이 있어요), P. G. 우드하우스 전집(두 권짜리지만, 한 권으로 된 것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그리고 콜레트 전집을 고르겠습니다.
주노 디아스 : 이런 질문은 정말 고문이에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유형의 분류는 절대로 가지고 갈 것에 대한 선별이 아니라 남겨두고 갈 것에 대한 선별이니까요. 하지만 가령 배가 난파되거나 사악한 「타임즈」 편집자 때문에 억지로 골라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친다면, 아마 제가 지금도 씨름하고 있는 소설들을 집어들겠죠. 새뮤얼 R. 딜레이니의 『달그렌』(이 책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하고 가장 복잡한 소설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이나, 아니면 토니 모리슨의 『빌러버드』(미국에서 작가가 되려고 마음을 먹는다거나 미국 문학에 관심이 있는데 아직 그 작품을 읽지 않았다는 것은, 스스로를 선원이라고 부르면서 바다에는 가본 적도 없는 사람처럼 저로서는 상상조차 안 가는 일이에요), 아니면 코맥 매카시의 『핏빛 자오선』(무시무시할 정도로 심오하고 눈을 못 뗄 정도로 독창적이어서 거의 마법과도 같은 책이죠). 아마 옥타비아 버틀러의 『새벽』(얼마 남지 않은 인간 종족들이 자신들의 유전자를 새 외계인 지배자들과 “교환”하도록一억지로 판독당하고 번식하도록一강요받는 미래가 배경이에요)을 가져갈지도 모르겠네요. 길버트 헤르난데스의 『팔로마 너머』(그의 『오염된 강』을 안 읽었더라면 제가 작가가 되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를 가져갈 수도 있겠고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책들을 몽땅 끌어안고 있다가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마지막 순간이 돼야 어느 책 세 권을 가지고 갈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 다음에 무인도에서 남은 평생을, 남겨두고 온 책들과, 새로 나온 책이건 오래된 책이건 읽을 기회가 없었던 그 모든 책들에 대해서 꿈을 꾸며 보내겠지요. 마이클 셰이본 : 『모비 딕』 『율리시스』, 그리고 (이런 책이 있다면) 『코코넛으로 진짜 비행기를 만드는 법』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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