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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편혜영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2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소설가

기타: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데뷔작
2000년 이슬털기

최근작
2023년 10월 <망각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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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순

이상의 이름이 담긴 상을 받는 일이어서, 몹시 기쁘다. 이 상의 행운과 격려가 과분하여 경거하고 망동하여 농담으로 무게를 털어내고 싶다가도 부끄러워 차분해진다. 섣부르지 않고 묵묵하겠다. 점점 낯을 가리고 거리를 두는 소설에게 기껍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다가가는 힘으로 쓰겠다.

밤이 지나간다

여기에 실린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하찮은 비밀조차 없어 돌연 인생이 시시하다 느끼고, 무엇을 지키는지 모르는 채 정밀하게 거짓말의 내면을 구축하고, 통증의 유일성으로 자존감을 유지하고, 거짓말의 허세로 자신을 공고히 하고, 내키지 않는 결정이 미뤄지기를 바라느라 약속을 늦추고, 결별에도 육중한 평정심을 잃지 않고, 불완전한 예감과 의심에 속아 불안을 앓은 그들에게도 고맙다. 나 대신 야전에서 북풍을 맞아준 것에 대한 감사다. 소설 중 일부는 몇해 전의 3월 11일에 빚졌다. 뜻밖의 상황에서 그들이 남긴 물건들, 동진(東進)한 대륙, 순한 눈빛으로 살아남은 동물들, 자발적 구호와 선의, 지속적인 태연한 인생 같은 것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정기적인 시간에 출퇴근하는 일을 관둔 후로, 깊은 밤에 소설과 단둘이 남을 때가 많아졌다. 소설은 쉽게 곁을 주지 않고, 나는 여전히 소설에 낯을 가려 묵묵히 서먹한 밤이다. 아마도 계속 그런 밤과 밤이 지나갈 것이다. 2013년 여름

사육장 쪽으로

오래전에 소설을 묶으면서, 작품을 다 쓰고 나면 한 시절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썼다. 시절을 잃은 기분으로 썼던 소설을 시간이 지나 되새기자니 무척 겸연쩍지만 지금의 나보다 용감하고 무모했던 나에게, 이 책에 담긴 소설로 그 시절을 건너와주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부끄러움을 무릅썼다. 아직까지 소설 쓰는 사람으로 지낼 수 있는 것은 그 시절을 지나온 덕분이라고 여기고 있다.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 이내 서울이 그리워졌고 돌아오면 안도했다. 서울이 전적으로 태평하고 무사한 도시여서가 아니었다. 대개의 삶이 그렇듯, 그런 날은 일부에 불과했다. 안도감이나 그리움은 서울을 벗어나 있을 때에나 가능했다. 서울은 불안하고 초조하고 어수선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도시를 영영 떠날 꿈을 꾸어본 적이 없다. 서울은 나와 가장 닮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서)

소년이로

어떤 일을 생각하면, 오래 전에 겪은 일을 다시 겪는 것도 같고 생전 처음 겪는 것도 같은, 이상한 기시감과 무력감, 낯선 슬픔이 동시에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올해 일어난 일이 그랬습니다. 모두가 절망하고 생기를 잃은 가운데서도 특히 소설을 쓰는 일은 무용하고 무력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소설로 몰고가는 힘이 불행과 상처이고, 불안과 의심이어서 계속 쓸 수 있었습니다. 불안과 의심이 귀띔해 주는 이야기라서, 끝내 더 불안하고 의심에 사로잡히지만, 낙담하고 부진한 가운데도 소설이기 때문에 썼습니다. 시작하다 그만두기 일쑤고 전전긍긍하고 멈출 때마다 일찌감치 늙어버린 두 소년, 소진과 유준이 격려했습니다.

소년이로

어쩐지 잘 써지지 않아 계속 품고만 있는 소설의 제목이 몇 개 있다. 아파트먼트, 우리들의 실패, 홀리데이 홈, 노인일쾌사, 사월의 첫 입맞춤,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같은 것들. 노래에서 가져온 것도 있고 오페라에서 얻은 것도 있다. 이 책에 “우리들의 실패”라는 제목을 붙여두었다. 우연에 미숙하고, 두려워서 모른 척하거나 오직 잃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그랬다. 하지만 아픈 사람들이 많은 소설이어서 실패라는 말을 나란히 두기 힘들었다. 앞으로 쓸 이야기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기다려왔다. 다섯번째 소설집이자 열번째 책이다. 처음 소설을 쓸 때만 해도 생각지 못한 차례의 책. 곁에 있는 사람들의 배려로 계속 쓸 수 있었다. 책을 내주신 문학과지성사에, 책의 모양새를 단정히 만들어준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책을 묶는 일에 시간을 끌었는데, 그러면서 단편소설 쓰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랐던 것도 아닌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다. 2019년 4월

어쩌면 스무 번

내게 있어 소설은 언제나 처음에 쓰려던 이야기와 조금 다른 자리이거나 전혀 다른 지점에서 멈춘다. 이제는 도약한 자리가 아니라 착지한 자리가 소설이 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그 낙차가 소설 쓰는 나를 조금 나아지게 만든다는 것도, 그렇기는 해도 나아진 채로 삶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 것 같다. 이 낙차와 실패를 잘 기억해두고 싶다.

재와 빨강 (리마스터판)

(…) 책을 출간하고 십여년이 흐르는 동안 팬데믹은 가상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사건이 되었다. 소설을 구상하고 쓸 당시만 하더라도 내게 역병은 먼 과거이자 중세의 것이었다. 겪은 적 없는 시간이자 도래하지 않을 미래였다. 팬데믹을 겪은 후였다면 이 소설은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삶을 폐허로 만드는 것은 역병과 쓰레기, 끊임없이 출몰하는 쥐떼가 아니라 적나라한 혐오와 차별, 정교한 자본주의임이 명백해졌으므로 다른 상상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래전의 역병을 상기시키는 이 소설을 지금에 와서 다시 내놓는 일에는 얼마간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어떤 상상은 현실이 되기도 하고 때로 그렇게 겪은 현실은 이야기보다 더 적나라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어서 다시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래된 이야기를 다듬을 수 있게 해준 창비 편집부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이미 이 소설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그리고 새롭게 이 소설을 읽어주실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드물지만 더디게 이어지는 독자분들 덕에 이 이야기의 희미한 잿빛이 계속 떠돌 수 있었다.

저녁의 구애

나는 여전히 이런 우연한 시작이 점점 몸을 부풀리는 걸 지켜보는 게 즐겁다. 이 책에는 필연도 진실도 아니거나 필연이거나 진실인 우연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설을 쓰는 일이 매번 같은 강도의 노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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