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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 가짜책을 찾아라!
거짓말과 아이러니라는 주제와 연관된 소설, 희곡,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네 편을 분석하고 있다. 그 각각은 사이비 소설같이 되어 버린 칼리 오스트로에 관한 신화적 이야기들, 권력자들이 만들어 낸 언어를 불신하는 만초니의 소설, 언어의 불완전성을 우스꽝스럽게 드러내는 캄파닐레의 희곡, 코르테 말테세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진짜 지도들에서 허구적 공간을 창출하는 우고 프라트의 만화 등이다.
이 텍스트들의 저자들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면서 진짜를 가짜로 전락시키고 가짜를 진짜로 승격시키며, 언어가 가리키는 세계의 경계를 넘어선 영역에 대한 상상력의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에코는 말장난 같은 이야기들이 펼치는 거짓말과 아이러니 사이에 숨어 있는 의도들을 길러내어 낯설게하기의 즐거움으로 안내한다.
만우절에 이런 책 어때요?
어느 날 밤, 프랑스의 한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두 자녀와 아내는 사망, 남편은 중태에 빠져 중환자실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다. 경찰은 원한에 의한 범죄 가능성을 수사하던 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남편의 직장으로 기재된 곳에 연락해 보았더니 아무도 그가 누군지를 몰랐던 것이다. 의사 출신으로 UN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남자의 과거가 그때부터 파헤쳐진다. 거짓말, 도망칠 수 없을 때까지 거짓말로 버텨낸 수십 년의 삶.
소설과 논픽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이 작품의 사실관계는 모두 실화에서 왔다. 이 놀라운 거짓 인생과 그 비극적인 최후는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엠마뉘엘 카레르는 자신이 그간 소설을 쓰면서 천착해 온 주제, 즉 정체성의 문제를 떠안고 실제로 평생을 살아왔던 한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 믿기 어려운 사건의 재구성은 우리 인간이 둘러쓰고 있는 정체성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에둘러 보여준다. <적>의 세계는 지옥이다. 그는 온몸을, 우리는 한 발만을 담그고 있는 얼굴 없는 자들의 지옥.
- 소설 MD 최원호
 
“요즘은 헛소리를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요.” “네가 찾아낸 것만을 쓰렴.” “제가 뭘 찾아낸 건지 전 끝끝내 모를 거예요.” “그래, 끝내 모를 거야. 다만 네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려고 노력하는지, 그것만큼은 알아야 해. 더 이상은 그걸 혼동하는 실수를 용납할 여지가 없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분명 우리가 아는 존 버거인데, 그는 망자(亡者)들과 위화감 없이 대화를 나눈다. 다른 사람이 혼자 중얼거리는 걸 볼까 봐 말을 멈추기도 하지만.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들과의 추억이 현재에 말 거는 것이다. 첫 이야기 ‘리스본’은 그의 어머니와의 만남이다. 리스본 곳곳을 오가며 아들과 어머니는 오래된 대화를 나눈다. 이 세계에서 죽은 자의 공간은 스스로 선택한 공간이다. 어머니는 말한다.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지는 각자가 정해야 해.”
망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져버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경제적이지 않기 때문에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낡았다는 이유로 용도 폐기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버거의 다른 소설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일단 사람들이 솔직해지고 나면 놀랄 만한 이점이 생기거든. 어떤 저항 운동에서든 그건 비교할 수 없는 전략적 이점이지. 우리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면 결국 늘 같은 이야기밖에 할 수 없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항상 진실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 속 망자들의 목소리를 참고해야 하는 것이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존 버거는 당부한다. “가냘픈 희망이지요. 하지만 살찐 희망은 헛소리입니다. 그러니 이 가느다란 희망을 간직해 나갑시다. 이제 독자 여러분께 넘깁니다.”
- 만화 MD 김재욱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와 어색하게 마주하게 된 아들. 그런데 아버지는 어머니의 죽음을 모른다. 인정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지 못한다.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아버지는 네 엄마는 어디 있냐고 끝도 없이 묻고, 아들은 엄마는 돌아가셨다며 도돌이표처럼 되풀이해서 설명을 한다. 아버지의 물음은 끊이지 않는다. 왜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는지, 장례식에 왜 나를 데려가지 않았는지, 네 엄마가 입원한 병원에 나는 왜 가보지 않았는지 말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끝도 없이 감각해야 하는 아버지를, 그 감각을 눈과 입에 실어 전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어머니는 파리에 가셨다고, 거기서 병상에 있는 외삼촌을 돌보는 중이라고 둘러대기로 말이다. 어머니는 지금 천국이 아니라 파리에 계신다.
자라며 부모에게 했던 숱한 거짓말이 떠올랐다. 내 기억 속의 첫 거짓말은 네 살 때인데, 태어나자마자 1년 정도 병원 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온 동생을 보고는, 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볼을 꼬집어 불그스레한 자국을 남겼다. 왜 이랬냐고 묻는 엄마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얘가 내 과자를 뺐어먹으려고 하잖아요." 물론 내 기억은 아니다. 나는 결코 이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한 살배기 아기가 과자를 뺐으려 한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말이다. 이렇게 거짓말을 시작한 나는, 여느 아이들처럼 평생 부모를 속이고 살아왔다. 부모님은 내 첫 거짓말에는 속지 않으셨지만, 이후에는 줄곧 알면서도 속아넘어가주셨다. 이 책을 읽으며 부모님께 전할 내 마지막 거짓말이 무얼지 흐릿하게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론, 부모님은 그때도 모른 척 넘어가주실 게다.
- 인문 MD 박태근
 
오스트리아의 조용한 연구자로 보이는(이 책의 가련한 판매지수를 보라) 알렉산더 페히만은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의 사서를 자처한다. 이곳은 잃어버린 원고, 금지된 소설, 일부러 불태운 작품은 물론이요,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작품, 쓰기만 하면 걸작이 되겠지만 아직 덜 쓴 소설, 심지어 그 책을 쓴다는 생각만으로도 하나의 예술이 완성되어 쓸 필요가 없었던 책까지 보유 중인 가상의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의 입구에는 보르헤스의 말이 새겨져 있다. “실낱같은 존재의 개연성만 있어도 그 책은 얼마든지 실재한다고 볼 수 있다.”
‘사라진’ 책들의 알리바이는 다양하다. ‘정치적으로 불온’하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비밀을 담은 경우, 작가의 부주의나 사기술에 휘말린 경우도 있다. 이곳의 책들은 덜 알려졌을수록,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수록 더 깊고 중요한 서가에 꽂힌다.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은 이들의 ‘실낱같은 존재의 개연성’을 밝히는 책이다. 책은 수많은 이명으로 시를 썼던 페르난두 페소아가 실명으로 쓴 글로 마무리된다. “나는 있을 법한 것에는 끌리지 않는다. 오히려 믿기지 않는 것, 불가능한 것에, 그것도 부분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혹시 아는가? 당신이 쓸 생각도 못한 채 지나쳤던 이야기가 이곳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지. ‘맬컴 로리와 하얀 바다’로 시작하는 이 책의 목차를 당장 살펴보시길.
- 만화 MD 김재욱
“거짓말은 나쁜 거야, 절대 해서는 안 돼!”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잔소리다. 살다 보면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과도 마주한다. 그러니 소소한 거짓말부터 치밀한 거짓말까지, 인간의 삶과 거짓말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을 믿는 공동체, 교회에도 거짓말이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예수 믿으면 복 받아요”, “하나님께 영광 돌립니다”, “사람을 왜 봐? 하나님 보고 다녀야지” 크리스천이라면 무릎을 칠 상투적인 말들. 나들목교회 김형국 목사는 이처럼 교회 안에 만연해 있는 구원과 믿음, 그리스도인의 삶, 교회에 관한 위험한 거짓말을 찾아 내어, 성경 말씀을 기준으로 바로잡아준다.
- 에세이 MD 송진경
 
"그 애는 걸렙니더." 소녀들의 질투는 거짓말을 낳았다. 진남의 한 여고 교실에서 시작된 거짓말, 2012년의 한국인 입양아 카밀라 포트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논픽션 에세이를 쓰기 위해 어머니 정지은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카밀라를 속이는 진남 사람들, 아내를 속인 선생님, 자신의 잘못을 기억하지 않는 이들, 죽은 서양 여자아이 이야기 같은 괴담 같은 소문들. 겹겹이 층지어 나열된 거짓말과 사실 속, 어쩌면 진실일지 모를 이야기가 있다. 우리의 세상엔 여전히 '바람의 말'이 가득하다. 그러나 카밀라가 그랬듯, 우리 역시 우리 자신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든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진실일수도, 아닐 수도 있는 이 이야기의 결말이 아름다운 이유이다.
- 소설 MD 김효선
나는 드라마 ‘거짓말’을 두 번 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어렸고, 사랑에 자신만만했으니까. 두 번째 보았을 때는 내 인생의 드라마가 되었다.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간 인어공주처럼, 착하고 예쁜 사람들만 나오는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교통사고 같은 사랑, 사랑의 쓸쓸함, 세월이 만드는 거짓말을 그때서야 이해했다. ‘내 인생의’ 무엇을 두 번밖에 안 봤느냐 묻는다면… 뭐랄까, 다시 보면 그 감동이 사라질까 손을 댈 수 없었다고. 지금 또 세월이 흘러 연애하던 이십 대는 옛날 옛적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드라마 주인공은 작가의 새 드라마에서 엄마뻘 역할을 맡고 있다. 이제 이 드라마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30대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찾아봐야겠다.
- 유아 MD 강미연
 
세련된 표지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 흡사 90년대 표지와도 같은 이 책을 한 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예민하지 않은 남자들은 잘 모르는 여자들만의 세계. 우리에겐 압박스타킹과 뽕브라 등 수많은 ‘페이크’ 아이템이 있지만 그 중 최고는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 립스틱 등으로 무장한 메이크업의 세계입니다. 90년대 스타일 표지를 들추면 촌스러운 메이크업(벽돌색 립스틱과 얇은 눈썹) 비법들이 나와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여기 나온 사람이 다 동일 인물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놀라운 메이크업 기술들이 차곡차곡 적혀 있습니다. 민낯조차 예쁜 모델급 저자 또는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책을 보고 분통을 터뜨린 적이 있다면, 진짜로 예쁘지 않은(저를 믿으세요!) 저자 겸 모델이 메이크업 비법을 전수하는 이 책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전혀 트렌디하지 않은 표지 뒤에 감춰진 최강 컨텐츠로 이 봄날, 아름다운 마법을 부려보세요.
- 가정/취미/여행 MD 도란
직장인 밴드를 해보겠다는 꿈에 부풀어 키보드를 질렀다. 그게 벌써 재작년 가을이다. 키보드를 사야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펄쩍 뛰며 난리가 났다. 일전에도 우클렐레를 샀다가 일주일 만에 장롱으로 보낸 전력이 있어서, 이번에도 보나마나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나도 내가 두 번은 안 그럴 줄 알았다! 여튼 어렵게 키보드 장만했는데, 키보드만 사면 다 되는 줄 알았더니 다시 원점이다. 초등학교 때 학원 다녔던 게 아직 남아있을 줄 알았지만 웬걸 피아노 학원 가서 공기놀이하고 만화책 본 기억밖에 안 난다. 회사 선배에게 이 불안함과 초조함을 토로했더니 나 같은 사람한테는 이 책이 딱이란다.
<누구나 일주일 안에 피아노 죽이게 치는 방법>. 이야. 대단했다. 일주일 만에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것도 모자라 덤으로 상큼한 연애소설까지 제공한다. 코드 연습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첫날부터 존 레논의 이매진을 연주할 수 있게 될 줄 이야. 그런데 딱 거기까지. 우클렐레는 일주일이라도 붙잡고 있었는데, 키보드는 하루를 못 넘겼다. 책 속의 일주일 교육 과정을 채우기만 했다면 나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 7분의 1까지만 읽은 게으른 독자로서는 제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우클렐레와 키보드를 지나, 어젯밤 집들이를 다녀온 신혼집의 커플 기타가 눈에 또 아른거린다!
- 어린이 MD 이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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