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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의 1939년작 <문장강화>는 반복해서 읽기 즐거운 실속 있는 책이다. 해제의 훌륭함도 감안해야겠지만, 수십 년 전 책이 요즘 글쓰기 책보다 깊이 있고 세련되었다. 이태준이 동시대 인물처럼 느껴진다. 행복하다. 이 책은 “이렇게 써라”라고 하기보다 좋은 글을 많이 보여준다. 우리 문장이 이렇게 풍요로웠구나,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
"1930년대에 썼는데도 요즘 시대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몰래몰래 훔쳐 본다는 글쓰기의 교본 <문장강화>. 정지용 시인과 더불어 당대 한국 문학계에서 쌍벽을 이룬 이태준 작가는 이 책에서 뜻이 어떻게 되든, 말이 닿든 안 닿든, 남이 흥미롭게 읽든 안 읽든 자기 신경은 딱 봉해둔 채 문장을 조작造作하는 글을 제발 쓰지 말라고 일갈한다. 이런 재미없는 글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새로 있을 문장 작법’의 원칙을 설명하는데, 이 새로 있을 문장 작법이라는 개념이 마치 80년 후 펜 대신 스마트폰의 터치패드로 글쓰기를 하는 2013년의 ‘새로 있을 문장 쓰기’ 요령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신식’이다.
이태준 작가에 따르면 좋은 글을 쓰려면 내가 하려는 게 글짓기가 아니라 말짓기라는 생각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마음이요 생각이며 감정인데,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다. (…) 마음과 최단 거리의 글, 즉 활자로 감정을 매장하기 전에 먼저 말부터 살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주력해야 공감을 얻는 글이 나온다는 것이 이태준식 문장 강화의 첫 번째 원칙이다.
1930년대에 쓴 <문장강화>에는 “개인적인 감정, 개인적인 사상의 교환을 현대인처럼 절실히 요구하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80년 후인 요즘은 어떠한가? 요즘 세상에서 개인적 사상의 교환이 얼마나 더 절실해졌는지, 좋은 것을 보거나 새로운 감정이 느껴지면 책이나 편지보다 빠른 스마트폰을 꺼내 실시간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글쓰기가 일상화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글쓰기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것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개인별로 탐구하라고 주문하는 이태준 작가의 지적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개인 본위의 문장이 가장 좋은 글이니까. 실제로 SNS에서도 자신만의 특유한 문장법을 가진 지인의 글에 눈이 가고 손이 가고, 맛깔스러운 일상의 글만으로도 많은 댓글과 팔로어를 얻을 수 있다.
“산 사람은 생활 자체가 언제든지 새로운 것이다.” 이태준 작가는 이미 존재하는 언어와 기성 단어만으로 매일 창조되는 개인 생활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냐고 묻는다. 회화처럼 글쓰기로 자신의 감정을 그릴 수 없지만 제삼자에게 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새로운 용어와 문체를 각 개인이 연구해볼 것을 권유하는 것. 제삼자와 교양 있게 소통하는 차원이라면 자신만의 위트 있는 문체를 사용해 한결 더 흥미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꽤 오래전에 나온 책임에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타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목이 '문장강화(文章講話)'이듯 글을 잘 쓰기 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단지 실용적인 차원의 문장기술로만 그치질 않는다. 예문들이 과거 여러 문인들의 글에서 꺼내온 것들이라 구경하는 맛도 쏠쏠하다. 요즘같은 세련된 문체들은 아니지만, 그래서 이런 글귀들을 마주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라 더 그 가치가 있겠다.
이 책은 전문서는 아니기에, 글을 쓰는 방법에서 어떤 한 부분에만 집착하지 않고 '글쓰기' 전반에 대해 골고루 다룬다. 국어에 대한 기본 지식에서부터 각종 문장들의 특성과 요령들, 퇴고, 그 밖에 문장을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방법 등등 말이다. 가장 큰 장점은 앞에서 잠시 말한데로, 설명과 예문의 조화가 잘 되어서 그 '쓰임새'를 좋은 문장을 통해 눈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예문이다. 딱딱한 이론서가 범하기 쉬운 오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극복했다. 본격적인 현대문학의 개화기였던 1930년대의 작품들의 풍부한 인용과 고전문학에서 빌려온 예문들이 풍성하다. 실제 글쓰기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이론은 어떤 형태로 실제에 적용되는지를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당대의 문장가들의 문장을 통해 글쓰기의 실제를 보여주는 방법은 가장 적절한 형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
어떤 상황에서든 글을 쓰는 행위는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며 일상 속에서 그 수많은 글쓰기가 오히려 소중하고 삶의 일부를 이룬다고 믿는다. 이태준의 문장(文章)에 대한 이야기식 강의는 그래서 편안하게 독자들을 글쓰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가볍고 기꺼운 마음으로 글쓰기의 ㄱ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초보적인 글쓰기를 돌아보는 반성의 기회를 삼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