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생충의 시대가 왔다!"
단체로 대변봉투를 걷고 회충약을 한 주먹씩 나눠주던 때를 떠올리면, 마치 기생충의 시대가 저물어 지구상에 징그럽고 무서운 기생충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을 텐데, 놀랍게도 기생충은 여전히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 다음으로 서열 2위를 차지하며 대다수 사람의 몸 속에 그리고 거의 모든 생물 안에 기생하며 날로 번성하고 있다.
이 충격적인 소식을 웃으면서 전하는 이가 있으니 바로 기생충학자 서민 교수다. 한국에서 기생충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라 종종 기생충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기생충이 아니라 기생충학자가 맞다. 서민 교수는 기생충을 착한 기생충과 나쁜 기생충으로 나눠 소개하는데, 어딜 봐서 착하다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착한 기생충이든 나쁜 기생충이든 가리지 않고 사랑을 담아 전하니, 읽다 보면 나쁜 기생충마저 착하게 보일 지경이다. 아, 이렇게 기생충을 사랑하게 되는 걸까. 기생충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살아남을 거라는데, 그 곁에서 마지막을 함께 맞이하고 싶은 기분이다. 이미 준비는 마쳤다. 우리 모두의 몸 속에 수많은 기생충이 있으니.
- 과학 MD 박태근 (201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