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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을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멀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쓰여진 작품은 아니다. `눈멀지 않은` 사람들이 지배하던 사회가 뒤집혀,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설정은 사회의 모든 기득권 세력의 전복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대다수`의 눈멀지 않은 사람들이 지배한다. 지배한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차지한다는 말을 사용해도 좋다. 사회의 대다수는 그들이 눈멀지 않았기 때문에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단지 대다수이기 때문에 사회를 자신들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여기서 소수의 눈먼 사람들은 그저 대다수의 눈멀지 않은 사람들에게 좌지우지 된다.
<눈먼 사람들의 도시>는 이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순식간에 `대다수`가 되어버린 눈먼 무리들은 이제까지의 `눈멀지 않은 이들의` 규범과 정의와는 전혀 다른 사회를 구성한다. 하지만 이 도시는 또다른 대다수의 사회일 뿐이다.
이 책은 눈이 먼다는 사실만으로 우리가 가졌던 얼마나 많은 소유물들을 잃을 수 있는가 하는 끔찍한 사실뿐만 아니라, 눈을 감는다는 것과 눈이 먼다는 것의 미묘한 차이, 다수에 의해 지배되고 이끌어지는 위험사회에 대한 경고다. - 임지호(199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