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은 날로 심해지고, 정치적 극단주의가 일상이 된 지금,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세모글루는 우리 시대 가장 시급하고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는 과연 안녕한가.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세상은 자유민주주의의 최종 승리를 확신했다. 세계는 더욱 풍요롭고 평화로워질 것이라 믿었지만, 한 세대 지난 오늘날 현실은 포퓰리즘의 부상, 불평등 심화, 그리고 민주주의를 향한 환멸로 가득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아세모글루는 이 위기의 원인이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유주의 스스로가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때 압제에 맞서 자유를 확장하고 평등을 진전시켰던 자유주의는 기성세력이 된 뒤 기술 변화와 세계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다. 1970년대 이후 경제 성장 과정에서 억만장자와 고학력 엘리트에게 사회적·정치적 권력이 집중되었고, 그 결과 자유주의는 점점 시민의 삶으로부터 멀어져 엘리트의 이념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정치는 고학력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되었고, 경제적 모순은 정체성 정치와 사회공학적 올바름의 뒤로 숨어버렸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를 되살릴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자유주의와 노동계층의 단절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시 공동 번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40년 동안 노동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기술의 흐름을 바꾸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높이고 새로운 업무와 일자리를 만드는 ‘노동자 친화적 AI’로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노동자 친화적 기술을 지원하는 공공정책, 자동화를 과도하게 장려하는 조세제도의 개혁, 직업교육과 현장훈련의 강화, 빅테크 독점 완화, 노동조합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자유주의는 양질의 공공서비스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도 불필요한 규제와 사회공학적 절차는 줄이고, 의료·교육 등 공공서비스의 생산성을 높여 자유민주주의가 다시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노동자의 역량을 보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술의 방향성을 재설정할 때, 비로소 공동 번영이라는 자유주의의 본래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것. 책을 통해 저자가 단순히 정치·경제적 진단에 그치지 않고 불평등, 세계화, 소셜미디어, AI 등 우리 삶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들을 '자유주의'라는 하나의 큰 서사로 꿰어내며 제시안 대안은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