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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도레미파솔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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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소리, 나만의 색깔을 지닌 시를 쓰는 것, 이것은 모든 시인의 소망일 것이다. 지금까지 읊어진 노래가 아닌 나만의 가사, 나만의 음색을 지닌 시를 찾기 위해 자나 깨나 고투하는 것이 시인이다. 이러한 고투는 김종겸 시인도 비켜가지 않은 것이다.
    김종겸 시인은 공사현장에서 몸 부려 일하는 노동자이다. 먼지 풀썩이는 현장을 누비는 만큼 그에게 시는 시간적ㆍ정신적으로 손잡고 가기 만만찮은 존재이다. 하지만 시의 촉수를 거두지 않은 채 육화된 시어로 직조한 그의 시는 가열찬 노동현장을 생생하게 대변한다. 때로는 너무 아프지만, 그 아픔은 미적 언어를 입고 생경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작詩作한 시간이 길고, 치열하게 노력한 만큼 김종겸 시인의 작품세계는 종횡무진 다채롭다.
    - 안현심 시인, 문학평론가


    화음은 조화를 뜻하고, 불화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것을 뜻한다. ‘순풍에 돛 달 듯이’와 ‘물 흐르 듯이’는 조화를 말하며, 이 세상의 삶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더 높은 음으로 괴성도 질러보고”의 “괴성”이나 “악다구니의 음높이”는 부조화를 말하며, 이 세상의 삶이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김종겸 시인의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이 세상의 삶의 찬가인 노래로부터 이 세상의 삶의 비가로 전도되는 현상을 노래하는 시이며, 그 “악다구니의 음높이”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모든 노래는 찬가가 아닌 비가이며, 이 세상의 모든 찬가는 말장난이며, 가공의 세계에 대한 믿음에 지나지 않는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시고,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아버지」)는 시인, 너덜너덜 다 헤어진 “정년이 한참 지난 신발에게 길을 물었다”(「신발에게 길을 물었다」)는 시인, 김종겸 시인의 첫 시집 『도레미파솔라시도』는 고통이고 단말마의 비명이고, 그가 건설노동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르는 “악다구니의 음높이”라고 할 수가 있다. 김종겸 시인의『도레미파솔라시도』는 어떤 노래보다 더 처절하고 더 인간적인 고뇌와 절규가 담긴 진정성의 세계이며, 그가 온몸으로 부르고 있는 절창의 세계라고 할 수가 있다.
    - 반경환, 『애지』 주간 및 철학예술가



    도가 레가 되기 위해선 계단을 사뿐 오르면 되리. 레가 미가 되기 위해선 엉덩이의 괄약근을 살며시 조이면 되리. 미가 솔이 되기 위해선 아무 생각 안 하면 되리. 라가 시를 넘어 도가 되기 위해선 가랑이를 벌리며 아이들만 생각하면 되리.

    쉬었다가
    다시

    한 옥타브 올려 낮은음자리표와 높은음자리표의 경계에서 생수로 목청을 가다듬고,

    좀 찢어지게
    오르락내리락 다그치기도 하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더 높은 음으로 괴성도 질러보고,

    벌써

    일당을 허투루 보고 느슨해지는 해거름 녘
    도레미파미레도 미파솔도레미
    뒤죽박죽 여기저기서 괴성이 흘러나오는데, 악다구니의 음높이는 부르지 못한 노래가 되어 구부정하게 기울고 있다.
    - 「도레미파솔라시도」 전문


    리모델링을 순조롭게 끝내기 위해서는 음계를 밟아 올라가듯 차근차근 진행해야 하는데, 시 「도레미파솔라시도」는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도가 레가 되기 위해선 계단을 사뿐 오르면” 되고, “레가 미가 되기 위해선 엉덩이의 괄약근을 살며시 조이면” 되며, “미가 솔이 되기 위해선 아무 생각 안 하면” 되지만, “라가 시를 넘어” 높은 “도가 되기 위해선 가랑이를 벌리”고 “아이들만 생각하면” 된다는 형상화이다. 일을 시작할 때는 숨을 가다듬고 괄약근만 조이면 되지만, 노동 시간이 길어져 지쳐갈 때는 ‘아이들만 생각하면’ 된다는 형상화가 눈에 띈다. 힘든 노동을 견디게 하는 아이들, 결국 김종겸 시인도 가장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인지되는 부분이다.
    높은 도에 이르면 잠시 쉬었다가 생수로 목청을 가다듬지만, 이후에는 좀 찢어지는 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뒤죽박죽 다그칠 뿐 아니라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해거름엔 지치고 늘어져 음계가 뒤죽박죽되어버린다는 형상화이다.
    음계의 법칙을 도입하여 아침부터 해거름까지의 노동현장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멘트를 깨부수는 현장 이미지와 음악 이미지는 매우 상반적이지만, ‘낯설게 하기’ 기법처럼 서로 다른 이미지를 연관시킴으로써 신선함을 배가한 것이다. 이것은 시 「바비인형」에서 폐 콘크리트 속에서 바비인형이 나왔다고 표현한 것과 동일한 맥락의 기법이라고 하겠다.
    한편, 시 「목수들」은 “수평선이 왜 촌구석으로 왔는지 생각하며 땀을 훔치는데/ 그 짠 것이 눈으로 뛰어 들어와/ 발을 헛디딘 심씨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만다. “아픈 곳은 없는지, 부러진 데는 없는지/ 생수 한 모금 먹이며 토끼눈을 뜨는데,/ 심씨는 수직과 수평이 만나는 구석으로 가더니/ 담배를 한 모금 빨며 씩 웃는다󰁚 심씨는 순간, 찰랑찰랑한 고향바다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형상화되고 있다.
    건축 일을 할 때 목수들은 수직과 수평 맞추기를 원칙으로 여긴다. 수직과 수평을 추구하는 목공 원리에 착안하여 수평적인 고향바다의 출렁임을 도입하고, 방구석을 수평과 수직이 만나는 접점으로 형상화한 기법 역시 김종겸 시인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공사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언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닥에 널브러진 자재 사이
    땀범벅 된 몰골을 빤히 올려다보는 못,
    찬찬히 안경 너머로 내려다보는데
    비아냥거리듯 다리를 꼬고 누워 있는 꼴이
    영락없는 양아치다

    어디서 철거되어왔는지
    어느 벽에서 액자를 모시다 왔는지
    독기를 내뿜으며 반쯤 닳은 대가리를 들이대는데

    어디서든 진득하니 잘 살라고
    휘어진 다리를 망치로 툭툭 내리쳤더니
    관절의 통증이 내 손가락으로 전해져온다

    연장통에 집어넣는다,

    머리통 세게 얻어맞더라도
    다음에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고
    - 「못」 부분


    “인부들이 우르르 담배 피우러 나가”자 화자도 “아무렇게나 포개진 박스 더미에” 포개져 누워 있는데, “널브러진 자재 사이”에서 못이 “땀범벅 된 몰골을” 빤히 올려다본다. 안경 너머로 찬찬히 살펴보자 “비아냥거리듯 다리를 꼬고 누워 있는 꼴이/ 영락없는 양아치다”.
    국어사전에서는 ‘양아치’를 ‘품행이 불량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리를 꼬고 있는 듯 휘어진 못을 보고 양아치라고 표현한 것은 못을 인격체로 인식해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겸의 작품 속에서 공사현장에 동원된 연장들은 자주 의인화되는데, 그것은 같이 일하는 사물조차 동료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디에 박혀 있다가 철거되어 왔는지 모르지만, 다른 곳에 가서도 잘 살라면서 휘어진 다리를 잡아주는 것은 연민의 마음이 투사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또, 다음에 한번 제대로 붙어보자고 말한 것은 바로잡은 못을 다른 곳에 박아주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양아치 같은 못을 바로잡아 올바르게 쓰겠다는 형상화에서 타인이 잘 되기를 바라는 인간됨을 유추할 수 있다.
    시인의 공구에 대한 깊은 관심은 「멍키 스패너」에서 다음과 같이 형상화하기에 이른다.
    “믿음이 가는 수공구가 있다/ 연장통에서 우두머리인 멍키 스패너다”. “멍키 스패너는 수도꼭지를 교체할 때나/ 볼트를 조이고 풀 때도/ 제 몸으로 일한다”. “시켜도 할 줄 모르는 사람/ 할 줄 알면서도 안 하는 사람이 있는데/ 알아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나는 오늘 그 사람과 술을 마신다/ 입맛에 짝짝 맞는”.
    이 작품에서도 사물과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 김종겸의 시세계를 엿볼 수 있다. 자동화된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으로 일하는 멍키 스패너, 느리지만 알아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시인은 좋아하고, 그런 사람과 술을 마시면 입맛이 짝짝 맞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짝꿍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이 외에도 시 「믹스커피」를 보면,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먼지 두어 점, 햇살 두어 점 넣어 후후 불어가며 보약처럼 믹스커피를 먹는다. 몸을 달래가며 먹는 믹스커피는 종이컵에 먹었을 때 제 맛이며, 그 달달함이 스며들면 다시금 망치를 잡고 오후를 내리친다고 언급하고 있다. 공사현장을 뛰는 사람만이 길어 올릴 수 있는 ‘날것이미지’는 김종겸을 특별한 시의 주인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인문학을 전공하고 책걸상에서 일하는 사람이 시를 잘 쓴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전 세계 문학도들의 필수 이론서 「촛불의 시학」, 「공기의 꿈」 등을 집필한 ‘가스통 바슐라르’도 물리학자였다. 문학과 거리가 먼 학문을 했거나 몸 부려 일하는 노동자는 생경한 상상력으로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바비인형’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김종겸은 매우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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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질등급 헌 상태 표지 책등 / 책배 내부 / 제본상태
    기본정보
    기본정보
    • 반양장본
    • 136쪽
    • 130*225mm
    • 24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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