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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주간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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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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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다. 정말로 지독하다.

햇살 아래 드러난 사물처럼 어떻게 보아도 명명백백한 감정에 대한 묘사는 읽는 이의 경탄을 불러 일으키지 못한다.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숨겨진 감정들, 말로 구체화할 수 없었던 감정들, 몸으로 느끼는 감정들, 그리고, 부끄러운 감정들에 관한 묘사에 대해서다.

그런 감정들이 그려져 있는 것을 읽으면 사람들은 비로소 말하는 것이다. "그래, 이 작가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통찰이 아주 대단하군."

'무엇이 소설이고 어떤 소설가가 통찰력있는 소설가인가'에 대한 이 소박한 견해는(견해랄 수도 없겠지만) 아니 에르노의 소설에 와서 산산히 부서진다. 에르노는 자신이 겪었던 것들, 특히 유년시절의 트라우마가 된 몇가지 사건들에 대해 거듭 되풀이해서 쓰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움>도 마찬가지다. 에르노는 12살 어느 일요일 정오를 회상한다. 아버지는 "죽이겠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어머니의 목을 조르고 때렸다. 에르노가 느낀 것은 두려움도, 무력함도, 슬픔도 아닌 '부끄러움'이었다.

이 부끄러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에르노는 그날을 둘러싼 갖가지 정황을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다. 마치 일기처럼. 혹은 남의 일기를 눈앞에 두고 분석하고 있는 사회학자처럼, 인류학자처럼. 건조하고, 그리고 냉혹하게.

에르노의 부끄러움은 자기 가족이 '하류계층'이라는 자각에서 왔다. 비록 작가는 '하류계층'이라거나 '소외계층', 이런 개념화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 - 그것은 12살짜리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 작가가 느꼈던 것의 실체는 분명하다.

그녀의 가족은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음식을 시킬 줄 모르고, 월말이 되면 통조림으로 끼니를 때우고, 집안은 악다구니로 가득하다는 자각이다. 자신은 사립학교에 다니는 우등생이지만 아름다운 외출복도 없고, "예쁜 아이로 자라겠구나"라는 말을 누구한테도 들어본 적 없다는 것.

정말로 지독하다. 마음속에 묻어야 마땅하다고들 하는 감정을 이렇게 글로 써버리는 것은 지독하다. '내 부모가 부끄럽고, 내 가난이 부끄럽고, 내 몰골이 부끄러웠다' - 에르노는 이런 식으로는 한번도 쓰지 않았지만.

에르노가 돌출된, 당황스런 작가라는 것은 이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작중인물에게 감정을 표출하게 함으로써 상상력과 통찰력을 자랑하는 '좋은 작가'들 틈에서, 에르노의 글쓰기는 무엇인가?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좋은 자족적인 글쓰기인지, 아니면 '이 이야기는 모두 사실입니다'라는 문장이 주는 어떤 효과를 노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어느 쪽이든 아무 상관 없을지도. 에르노의 글쓰기에서 충격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에르노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글로 인해 할수없이 돌이켜보게 된 자기 안의 '치부, 부끄러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단속해야 마땅한 불결한 생각들' 때문인 것이다. - 김명남(200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