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은 사람이 사라질 수 있는가?"
10년째 밑바닥 기자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인공 로라 블랙록은 호화 유람선의 첫 항해를 취재하게 된다. 그곳은 화려하고 안락하고 평화로운, 거의 완벽한 세계다. 그러나 여행 이틀 전에 강도를 당한 그녀는 연유도 모른 채 점점 자라나는 마음 속의 불안을 막을 수가 없고, 안정제와 술의 힘을 빌어 그 불안을 물리치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옆 선실의 비명 소리를 듣고 뛰쳐나간 그녀는 무언가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목격한다. 누군가 빠졌다. 아마 누군가 빠뜨렸을 것이다. 로라는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로라가 말한 10호 선실에는 아무도 묵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주인공, 바다 위의 크루즈라는 일종의 밀실, 알리바이가 엇갈리는 등장인물들. 전작 <인 어 다크, 다크 우드>에서 여성 캐릭터의 심리 묘사로 좋은 평을 받은 루스 웨어는 좀 더 고전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미스터리의 분위기를 선보인다. 비록 이 소설의 미스터리적 장치들이 본격적인 추리소설과는 달리 일종의 심리적 공포를 유발하기 위한 보조 장치로 쓰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자신이 본래 갖고 있는 장점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보다 흥미로운 소재들을 추가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좀더 빨라진 사건 전개와 몇몇 장치들은 심리 스릴러계의 신성 작가가 얼마나 꾸준히 자신을 갱신하고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2017.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