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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인의 75% 이상이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병원에서의 죽음이 두려운 이유를 묻는 조사에서 1위로 꼽힌 것은 ‘본인 의사와 무관한 연명의료’였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일부에게만 허락된 제도로, 많은 사람에게 닿지 못한다. ‘간병 살인’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사회에서 돌봄은 여전히 가족과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자기 죽음이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다 보면, 병원에서 오래 치료받는 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죽음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을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조력임종을 하나의 탈출구로 받아들이게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이른바 ‘조력존엄사법’이 국내 최초로 국회에 발의됐고, 2024년에도 같은 취지의 법안이 다시 발의됐다. 조력임종 찬성 여론이 80퍼센트에 이른다는 이 시점에, 우리는 이 새로운 죽음의 방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가.
암 병동에서 중증 질환 환자를 주로 만나는 정신과 전문의, 말기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을 연구해온 신장내과 전문의, 의료윤리와 역사를 오래 가르쳐온 의료인문학 교수. 서로 다른 자리에서 죽음을 마주해온 세 사람이 함께 조력임종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 개념 정리부터 한국의 말기 돌봄 현실, 자기결정권의 이면, 네덜란드와 일본, 캐나다와 미국, 스위스에서 대만 등 해외의 실제 사례까지 조력임종에 관한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재난에 가까운 말기 돌봄 공백 사회에서, 새로운 죽음의 방식이 우리 공동체에 남길 영향력에 대한 절박하고 진지한 탐구. 더 나은 죽음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분리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