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해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까? 엘렌 식수가 ‘여성적 글쓰기’에 관해 쏘아 올린 최초의 텍스트라는 것? 그 유명한 고전이 22년 만에 재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것? 경계를 해체하고 넘나드는 텍스트에 걸맞게 파격적인 형식으로 편집되었다는 것? 소개하고 싶고 덧붙이고 싶은 말들이 앞다투어 튀어나온다. 텍스트의 안팎으로 덧붙는 포장이 많다는 말이다.
그러나 책을 펼쳐 들었을 때, 텍스트가 내뿜는 힘은 그 화려한 포장에 전혀 가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포장들을 등에 업고 더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장르의 경계에 한정되지 않는 문체, 여성적 글쓰기를 뜨겁게 독려하는 지적이고도 현실적인 메시지는 긴 시간을 강건히 버텨내어, 더 또렷해진 상태로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 공명한다.
텍스트가 세월에 녹슬었다면, 이 책은 그저 아름다운 굿즈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문장이 여전히 생생함과 폭발력을 품은 채, 이 책은 의미 깊은 책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한다. 다시 만나게 되어 그저 반가울 뿐이다.
여성이 여성에 대해 쓰고 여성들을 글쓰기로 불러 모아야 한다는 식수의 목소리는 좀처럼 희박해지지 않는다. 1975년 엘렌 식수가 보부아르의 전형적 동일성을 비판하고, ‘차이’에 기반한 정체성 회복을 요구한 「메두사의 웃음」에서부터 ‘여성적 글쓰기(ecriture feminine)’가 호명된다. 그것은 여전히 정의되지 않은 채 어딘가에서 여성의 언어에 실려 구조 밖으로 흘러넘친다. 50여년 이어온 식수의 시적 글쓰기 또한 ‘여성적 글쓰기’를 둘러싼 사유와 실천의 맥락 안에 놓인다. 횡단과 순환의 리듬으로 타자가 창조되는 순간 발생하는 ‘여성적 글쓰기’. 이 책은 그 순간을 투영하는 첫 번째 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