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이란 뭘까? 어디냐고 묻지 않는 이유는 그 옛날의 사람들이 생각했던 지구의 끝이 벼랑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세상의 끝은 없지만 우리가 끝이라고 인지하는 장소는 나타난다. 아주 멀리 떠난 나라에서 마주한 해안선이 그런 곳일까.
50년의 우정을 쌓아온 존 버거와 장 모르는 노년에 이르러 '세상의 끝'이란 주제로 사진과 글을 엮어냈다. 1999년 오리지널 초판 이후 20여 년 만의 복간이다. 작가들의 작가라 일컬어지는 그들이 생각한 세상의 끝은 어떤 풍경들일까. 세속적 사회의 중심에서 벗어난 세상의 끝, 스코틀랜드의 외딴섬, 아프리카의 독재자 국가, 스리랑카의 농장, 멕시코의 반란군 집회…. 지금은 영영 갈 수 없는 그곳을 흑백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인권, 노동, 일상 속 인간 존엄의 문제를 탐구했던 두 거장이 기록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