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철골 아케이드 아래, 양념과 닭꼬치구이의 구수한 냄새가 풍기는 긴나미 상점가. 언제인지 모를 옛날 강이 범람하여 사람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어디선가 은색 쥐 떼들이 물결처럼 나타나 사람들을 높은 곳으로 인도해 목숨을 구한 데서 긴나미(銀波)라는 지명이 붙었다는 마을 상점가에 기묘한 일들이 일어난다. 먹고 있던 닭꼬치가 목에 꽂혀 죽은 운전자 사건, 전시물을 파손한 범인이 '우물 정(井)'자를 남긴 사건, 미스터리 미식 투어에 숨겨진 납치 사건… 인근에 살고 있는 고구레 사형제와 우치야마 삼남매는 각자의 사정으로 사건의 진실을 좇는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고구레 형제와 우치야마 자매의 전혀 다른 추리 두 가지 추리. 소설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제부터 당신이 읽을 이야기는 어떤 사건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껏 본명도, 나이도, 성별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채 필명으로만 활동하는 ‘복면작가’ 이노우에 마기의 미스터리 소설. 상점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형제와 자매의 시점으로 각각 추리해 나가는데 사건은 같지만, 드러나는 진상은 완전히 다르다. 두 출판사의 공동 출판 프로젝트로 형제 편과 자매 편이 각각 출간된 점도 눈에 띈다. 형제 편과 자매 편 두 권 중 하나만 읽어도 좋고, 한쪽을 먼저 읽고 나머지를 뒤이어 읽어도 좋다. 하지만 가장 추천하는 방식은 두 권의 책에서 각기 벌어지는 사건을 한 화씩 번갈아 가면서 읽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에 대한 두 개의 추리를 확인해 가며 완전히 새로운 읽기를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