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참 독특하고 매력적인 분야이다. 그림과 글의 하모니가 감동을 주기도 하고 앞서가는 그림을 쫓아가게 해주는 글이 뒤늦게 깨달음을 주거나 전혀 상관없는 그림들이 이어져 나만의 문장을 만들게 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그림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이 세계를 멋지게 항해하는 대표적인 작가 이수지는 항상 그림책 외연의 확장을 시도해 왔다. 이번 그림책 <춤을 추었어>도 모리스 라벨의 춤곡 <볼레로 Bolero>로부터 시작한다.
그림 속 아이는 검은 점 하나와 지휘봉을 들고 악보 위에 선다. 검은 점은 <볼레로>의 18개 구조를 차용한 18개의 서로 다른 풍경 속에서 달리기를 하듯 돌진하다가 지친 낙엽처럼 천천히 구른다. 뒤이어 이어지는 사마귀와 개미, 나비, 개구리, 꽃과 같은 자연물의 아름다움 위를 통통 뛰던 검은 점은 이내 바람에 날아가 탱크 위를 지나기도 한다. 이 매서운 이동의 끝은 어디일까. 생뚱맞게도 불꽃놀이다. 접힌 종이를 펼치면 빈 구멍의 자리가 마련된 불꽃놀이 현장이 펼쳐진다. 하늘에 갖다 대면 완성 될 것 같은 아름다움과 비어버린 공간이 암시하는 쓸쓸함까지 느껴지면 지나친 과장일까? 작가의 말까지 읽어야 완성되는 한 권의 그림책, 아니 세계. 검은 점 혹은 한 아이로 상징되는 세상 모든 약하고 아름다운 존재를 위한 이수지의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