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의 샘은 혼자 파리를 여행하는 중이다. 프랑스어도 모르고 수중에 돈도 없지만 무작정 파리로 왔다. 하버드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단 한번이라도 '보헤미안의 삶'을 실현해보기 위해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이다. 온통 회색빛인 1월의 파리는 그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것만 같다. 짙어지는 외로움 속에서 찾은 한 서점, 샘은 그곳에서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한다. 서가 사이에서 우연히 만난 이자벨에게 첫눈에 매혹된 것이다. 그의 인생은 이 사건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뉘게 되는데…
먼 훗날, "이자벨 전에 나는 인생을 전혀 몰랐다."라는 말로 샘은 그 만남을 회고한다. 삶의 목적을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일상의 견고한 질서를 만드는, "오로지 성취를 통해 가치를 증명하려는 미국식 야망"으로 이뤄진 샘의 세계. 그리고 '순간' 만이 존재하는 이자벨의 세계. 소설 속 두 사람으로 대표되는 미국과 프랑스의 삶의 방식이 계속해서 대비를 이루며, 미국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프랑스에 오래 거주하면서 느낀 면면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