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김시덕 교수가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이후 오랜만에 자신의 주 연구 분야로 돌아왔다. 아마도 이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저자가 아닐까. 그는 앞서 출간된 여러 일본사 저작들이 놓쳤던 부분들을 보완하고 각각의 이슈들을 고루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시야를 동중국해 연안 지역 너머로 넓혀 크게는 유라시아 판에서 일본의 역사를 바라본다. 일본 열도의 16~17세기 전환기를 다루는 이번 1권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좋은 예라 하겠다.
책의 제목이 일본 이야기가 아닌 '일본인' 이야기인 점에도 주목하고 싶다. 무게추를 국가가 아닌 인간에 둔 것일 터. "자신에게 찾아온 우연을 행운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야말로 실력"이라 말하는 저자의 지적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균형 잡힌 시선, 새로운 통찰, 친절한 설명과 풍부한 도판이 어우러진 이 책은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 이야기'라는 책소개가 결코 과하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향후 수년간 총 다섯 권 분량으로 이어질 예정이라 하니 독자들의 응원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