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나는 음식 이야기를 선보여 온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의 신작이다. 오래도록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정성껏 차린 일품요리 같다. 그가 새롭게 내놓는 '요리'의 재료는 음식을 글로 남긴 조선의 미식가 15인이다. 밥맛을 돋운다며 고추장을 예찬했던 영조대왕, 구하기 어려운 석이버섯 같은 식재료를 소개했던 '홍길동전'의 허균, 음식 예절을 비롯한 '잔소리'로 유명했던 조선 후기의 문신 이덕무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남긴 글은 음식의 맛 표현은 물론이거니와 식재료 조달법과 조리법, 음식을 대하는 태도까지를 망라한다.
책은 새삼 글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선대들이 기꺼이 생생한 기록을 남겼고, 주 교수가 그것들을 찾아내어 정리하는 수고를 했기에 우리는 해당 시대의 취향과 유행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다채로운 음식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종원, 김수미 등이 쓴 오늘날의 요리책들도 훌륭한 사료가 될 수 있겠다. 먼 훗날 누군가에 의해 맛있는 이야기로 재탄생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무더운 아침, 공복에 추천글을 쓰고 있자니 성균관 유생 이옥이 여름에 즐겨 먹었다는 '상추쌈'에 구미가 확 당긴다. 모쪼록 식후에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