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고를 때 옥석을 가려 읽으려다 보면, 출퇴근 길의 지루함과 퇴근 후의 허전함을 메울 길이 없으므로 대체로 옥석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이런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진지하게 대하지 않으니, 작품에서 높은 수준의 진지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책의 가격에 대해 약간 비싼 것은 아닌가 하며 나를 돌아보는 순간엔, 그리고 자꾸 침침해진 눈 건강이 생각날 때면 조금더 좋은 책을 찾아 읽어야지 싶다가도, 설거지를 할 때, 출근길 버스에서, 잠 들기전 한 30분, 흘려듣기 좋아 중독된 채로 지내고 있다. 참 많은 중국 소설을 읽었지만, 이 책은 여기에 잠깐 기록해 두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이런 책에서 중생하는 주인공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불행한 삶을 뒤바꾸고자 죽을 힘을 다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여주인공 초식하와 같은 이는 없었다. 그녀가 운명을 거슬러 끝까지, 정말 끝까지 싸우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운명을 뒤집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사랑하는 이들이 하나 둘 죽어가지만, 이 인물을 멈추지 않는다. 목숨보다 아끼는 이의 죽음을 보게 될까봐 겁내면서도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운명을 거스르는 모습을 보며 소설 속 인물에게도, 작가에게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토록 냉철하면서도 무모한 인물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게다가 그는 여주인공이지 않은가? 악역의 묘사 또한 깊이가 있었다. 끝까지 치졸하고, 이기적이고, 권위적인 인물. 사랑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과 사랑밖에 없으면서 사랑한다고 믿는 인물, 세상의 중심에는 오로지 자신밖에 없는 인물, 자신의 것을 빼앗길까봐 혈육도 안중에 두지 않고, 세상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주변 사람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그로 인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인물. 현실 속에서 설마 이 정도의 인물이 있을까 싶다가도 뉴스에 등장하는 부패한 권력자들의 내면이 이렇지는 않을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물론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여주, 남주의 절대적인 믿음과 사랑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걸고 하는 일은 모두 도박임을 알면서도 한번 뽑은 패를 절대로 되돌리지 않는 그 크고 절대적인 믿음은 운명을 초월해서 두 사람을 하나로 묶는다. 하염없이 눈이 내리고, 또 때로는 비가 퍼붓는 날에도 함께 있을 때면 따뜻함을 나누고, 서로 기대고, 보살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신이 그들의 편이 아니었음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 그 당당한 사랑이 아름다웠다. 작품 전체적으로 비장미가 흐르는 가운데 이들의 사랑이 작고 따뜻한 위로를 주었다. 작품 속 전쟁 장면과 중요한 배경이 되는 귀시장의 묘사 또한 매우 섬뜩하고 생생했다. 빈약한 상상력으로도 붉은 피가 흥건한 전쟁터와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이름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귀시장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해서, 내가 만약 드라마 제작 관련자라면, 투자를 많이 끌어모아 영상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음울하고, 비장하며, 아름다운 영상이 될 수 있을 만한 묘사였다. 아쉬운 것은 번역, 중간중간 연결이 잘 안되는 장면, 혹은 문장들이 있었던 듯한데, 그냥 상상력으로 떼우며 재미있게 읽었다. 아, 책 표지 또한 아쉽다. 이렇게 경박한 내용이 아닌데.. 이런 부분은 포기할 수 밖에 없겠지?
봄물님
팬덤화가 형성된 황실이 존재하는 세계관이고 황자를 덕질하던 평민 여주와 황자의 쌍방삽질물입니다. 서로 오해가 있는 상태로 자신의 흑역사가 남주에게 발견되어 그걸 빌미로 약점 잡혀 여러 치욕을 당합니다. 여주가 남주바라기라 피폐함이 좀 있긴 해도 그렇게 딥한 느낌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유치함이 있어요. 가볍게 보기엔 나쁘지 않았습니다. 재밌게 봤습니다.
소설폐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