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1907년, 25세의 버지니아 울프가 쓴 최초의 문학적 실험작
100여 년의 시간을 건너 마침내 최종본으로 세상에 나오다
《올랜도》와 《자기만의 방》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미 여자 거인 바이올렛과 함께 그 세계를 그려낸
가장 젊고 가장 유쾌한 버지니아 울프와 만나다
1907년, 25세의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의 벗 메리 바이올렛 디킨슨을 위해 세 편의 기묘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썼다. 자유로운 거인 여성 ‘바이올렛’이 빅토리아 시대의 관습에 맞서는 이 판타지 우화는 오랫동안 가벼운 습작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2022년 울프 연구자 우르밀라 세샤기리가 롱리트 하우스 문서고에서 작가가 직접 손질한 개정 타자 원고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는 20대의 울프가 이미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얼마나 진지하게 벼리고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였다.
설탕을 뿌린 아몬드 눈송이, 타조 알에 그림을 그려 만든 욕조, 바다 괴물과의 사투까지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페이지마다 흘러넘친다. 거인 바이올렛은 결혼과 사교계의 굴레를 유쾌하게 걷어차고, 자신만의 ‘시골집’을 지어 세상에 없던 우정과 웃음의 왕국을 세운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마술 정원’에는 훗날 《자기만의 방》으로 이어질 사유의 씨앗이 담겨있어, 우리가 알던 위대한 작가의 원형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버지니아 울프 연구와 모더니즘 연구의 권위자 우르밀라 세샤기리의 자세하고 친절한 작품 해설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키워간 버지니아와 바이올렛의 우정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댈러웨이 부인》과 《등대로》를 탄생시킬 문장가 버지니아 울프의 손끝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문학적 실험작. 100년 넘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던 이야기가 이제 한국 독자들 앞에 마법 같은 첫 장을 펼친다.

삽화 목록
서문_우르밀라 세샤기리
등장인물 소개
1. 친교의 화랑
2. 마술 정원
3. 잠을 부르는 이야기
작품 후기
감사의 말
주석
후기에 관한 주
바이올렛 디킨슨 양은 여덟 살도 되지 않아 정원에서 가장 높이 자란 접시꽃만큼이나 커졌지만, 어쨌든 우리의 관심사는 그녀의 정신적 발전이다. 물론 그녀의 체구는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그들은 무도회장에서 그녀가 설 자리가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바스 곡물 거래소에서 열린 무도회에 처음으로 가기 전에 그녀의 대모이기도 했던 이모에게 엄숙한 훈계를 들어야만 했다.
“메리 디킨슨,” 이모들이 늘 그렇듯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을 골라 쓰며 이모가 말을 꺼냈다. “너는 예쁘지도 않고 부유하지도 않고, 내가 보기에는, 어느 모로 봐도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무한히 선량하신 하나님께서 너를 적절한 몸집보다 적어도 15센티미터나 더 자라게 해주셨어. 네가 5월 축제 기둥처럼 장승같다고 조롱받지 않으려면 성스러운 등대처럼 반드시 밝게 빛나야 한단다.”
그러고 나서 바이올렛은 분명 공손하지 않은 타고난 본능으로 쿡슨 가족을 다채롭고 상세하게 묘사했기에 누구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십 년 또는 삼십 년 또는 사십 년 동안 그처럼 크게 웃는 소리를 누구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날 밤에 바이올렛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바이올렛, 쿡슨 노인에 대해 우리에게 말한 것이 사실이에요?” 귀부인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맹세코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사실이에요.” 머리칼을 풀어 내린 채 종이에 도안을 그리고 있던 바이올렛이 말했다.
“내게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아요? 글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바이올렛? 그러면 아주 멋질 텐데…….”
“제 시골집을 갖는다면요? 그래요, 내 좋은 벗.” 바이올렛이 소리쳤다.
사람들이 그들 앞의 땅에 어떤 제물을 놓으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림-시-키(통역사)가 숨 가쁘게 달려와서는 두 신성한 공주를 위해 길을 열어주라고 사람들에게 명령했단다. 그들은 황제들의 딸이었고 고래의 등을 타고 바다를 건너왔어. 한 공주는 태어났을 때 마술 씨앗을 삼키는 바람에 여자 거인이 되었고 그 무엇도 그녀가 자라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단다. 그러나 그녀의 옷도 커졌으니 문제가 되지 않았지. 더구나 그녀의 능력은 그녀의 키 못지않게 놀라웠어. 그녀는 절름발이를 고칠 수 있고, 가방에서 작은 아이들을 나오게 할 수 있고, 혼사를 결정했고, 야생 동물을 길들일 수 있고, 심술궂은 곰들을 춤추게 만들 수 있었어. 몸속의 씨앗이 언제나 싹을 틔우고 있었기에 그녀는 언제나 움직였지.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영국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다. 저명한 문필가 레슬리 스티븐의 딸로 태어나 정규 교육 대신 아버지의 서재에서 독학하며 문학적 소양을 쌓았다. 10대 중반에 어머니와 언니를 잃은 상실 속에서 가족과 가깝게 지냈던 바이올렛 디킨슨과 깊은 우정을 맺었고, 그녀에게 보낸 편지와 이야기들 속에서 훗날 소설가로 성장할 문학적 목소리를 처음 벼려냈다. 이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현대 소설의 형식을 새롭게 개척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를 발표했으며, 여성의 창작과 독립을 옹호한 《자기만의 방》을 통해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블룸즈버리 그룹의 중심 인물로 활동했으며, 남편 레너드 울프와 함께 호가스 출판사를 설립해 T. S. 엘리엇, E. M. 포스터 등 당대 작가들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평생 정신 질환과 싸우면서도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갔으나, 1941년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 테네시대학교 영문학 교수로, 버지니아 울프 연구와 모더니즘 연구의 권위자이다. 저서로 Race and the Modernist Imagination이 있으며, 버지니아 울프의 《제이콥의 방》(옥스퍼드 월드 클래식판)을 편집했고,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에도 글을 기고하고 있다.
현대 영국 소설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교에서 강사 및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조지프 콘래드, 존 파울즈, 제인 오스틴, 카리브 지역의 영어권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썼다. 옮긴 책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3기니》,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단편선》, 《런던 거리 헤매기》, 《지난날의 스케치》, 《디 에센셜 버지니아 울프》, 《올랜도》,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J. R. 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공역),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톨킨의 그림들》, 토머스 모어의 서한집 《영원과 하루》, 리처드 D. 앨틱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조지프 콘래드의 《노스트로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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