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삶의 어둠 한가운데
누군가의 삶이 한 장의 지도가 될 수 있다면
공포의 중간항로, 노예선들이 숱하게 침몰한 카리브해, 윈드워드제도 허리케인이 강타한 바베이도스를 거쳐 인종주의가 만연한 미국 뉴욕으로. 삶으로 향하는지 죽음으로 내몰리는지 알 수 없었던 선조와 부모의 극한의 생존 조건을 물려받아 1934년 아프리카계 카리브해인 미국 여성으로 태어난 오드리 로드.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말을 못 했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는 말을 더듬고” 시각장애인에 가까워 부모와 자매의 감정을 냄새로 느껴야 했던 그녀에게, 언니들보다 상대적으로 어두웠던 피부색 탓인지 어머니는 유독 화를 냈다. 일곱 살 무렵, 유일하게 마음이 통했던 단짝 앨빈이 호흡기 질환으로 죽고, 고등학교 친구이자 첫사랑인 제너비브는 1950년, 열여섯 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평범한 전기라면 아마도 이렇게, 한 사람의 삶을 시간순으로 써 내려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생존이라는 약속』은 다방향적이고 비선형적인, 양자 현실을 닮은 독특한 전기다.
오드리 로드의 유산과 깊이 연결된 검스는 오드리 로드의 삶과 정체성을 이루는 수많은 입자(씨앗)들이 어떻게 죽을 운명에서 살아남아, 어디로 날아가서, 어떤 나무와 뿌리로 자라나 마침내 끝없는 삶을 살게 되었는지, 독특한 시(詩)적 전기로 써 내려간다.
내리누르는 혐오의 무게,
씨앗 같은 생존의 입자들
오드리는 “사랑과 저항을 동시에 할 수 없다면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생존 입자 하나. 흑인 소녀는 “책”을 읽었다
―『생존이라는 약속』 236쪽
걔네가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오드리는 매일 아침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거기에서 발견한 폭력 사건들을 낭독했다. 그리고 보도되지 않은 내용에 더 주목했다. 지역 뉴스를 다루는 지면 깊이 묻힌 흑인 여성과 소녀 들에게 일어난 기사들에 동그라미를 쳤다. 오드리는 그 공포들로 인해 악몽을 꾸었고, 오드리의 손을 통해 그 공포는 시가 되었다.1973년, 열 살 흑인 소년 클리퍼드 글로버가 새아버지와 고물상에 가다 “인상착의가 같았다”는 이유로 백인 경찰에게 살해당했다(백인 경찰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1976년, 아버지가 임신시킨 두 명의 10대 여성이 위탁 가정에서 지내는 대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주장했다. 1979년, 석 달 동안 보스턴에서 열세 명의 여성이 살해당했다(그중 열두 명이 흑인 여성이었다)….
―『생존이라는 약속』 261쪽
때때로 엘리자베스나 조너선이 운동장이나 동네에서 인종주의나 괴롭힘을 겪어 눈에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상처를 안고 집에 돌아오면 오드리는 책장으로 달려가 고등학교 시절 자기를 버티게 해준 시를 읽어주었다.오드리 로드는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남편과 이혼한 후 20년간 함께한 동반자 프랜시스 클레이턴 박사와 두 자녀를 공동 양육하면서 “격주로 가족회의를 열었고”, “아이들의 꿈과 아이들의 말을 받아 적었”다. “아이들이 묘사한 꿈의 내용은 통찰의 씨앗이 되어 오드리의 글쓰기에서 자라났다.” “오드리는 물과 햇빛만큼이나 필수적이라 느꼈던 것들, 즉 시와 언어의 구조를 아이들에게 주었다.”
―『생존이라는 약속』 241쪽










1부
1. 바람 냄새를 맡다
2. 오리샤의 바람
3. 프롤로그
2부
4. 오야
5. 어린 시절의 노래
6. 식탁 위 동화책
7. 통과의례
8. 이야기에 이름 붙이기
9. 흑인학
10. 모든 성인의 날 전야
11. 좋은 거울은 저렴하지 않다
12. 학교 노트
13. 형제 앨빈
3부
14. 그가 남겨준 것
15. 갈색 위협
16. 환상과 대화
17. 시인을 위한 시
18. 지구 위의 평화
4부
19. 세대
20. 콘택트렌즈
21. 피루엣
22. 봄 3
23. 선생님
5부
24. 울지 못하는 종달새
25. 아버지, 그해가 저물었어요
26. (마리에게) 비행기 안에서
27. 장인
28. 초상
6부
29. 자연히
30. 급류에서 낚시하기
31. 하지점
32. 온실에서
33. 125번가와 아보메이
34. 타이밍
35. 아이 하나가 우리를 이끌 것이다
36. 생존을 위한 호칭기도
7부
37. 추모 1~4
38. 지금
39. 성부, 성자, 그리고 성령
40. za ki tan ke parlay lot
41. 그녀의 유산
42. 하드 록 러브
8부
43. 가장자리에서
44. 여자친구
45. 여러분 하나하나에게
46. 추도사
47. 자매의 아침은 기적의 시간이다
48. 예마야의 집에서
9부
49. 집
50. 빛줄기
51. 원 위에 놓인 다양한 점들의 유의미함
52. 잔상
10부
53. 처음에 나는 당신이 이런 얘길 하는 줄 알았죠
54. 채굴
55. 미래의 약속
56. 부름
57. 이별
58. 기후 문제
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추천사_김지승
추천사_윤은성
찾아보기
이 책을 생존 안내서로 읽기를. 이 책을 변화하는 생태계와 당신의, 또 우리 공동체의 관계에서 가장 긴급한 문제들을 오드리의 삶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연결 지점으로 읽기를 바란다. 이 책을 당신이 원하는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개인적 차원과 우주적 차원에서 이 책이 당신에게 가닿을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의 장들을 모든 방향에서 합창해 오는 시의 모음처럼 읽기를. 각각의 단어를 화산을 탄생시키고 대륙을 가른 그 사랑, 오드리의 맹렬한 사랑을 당신에게 가닿게 하는 하나의 기회로 이해하기를.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_알렉시스 폴린 검스
청중: “우리는 결코 살아남을 운명이 아니었다”라고 쓰셨는데,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오드리 로드: 당신이요.
―『생존이라는 약속』 7쪽
1985년 12월 13일, 아직 죽지 않은 이의 장례식이 열렸다. 살아서 자신의 첫 번째 장례식을 지켜본 이는 오드리 로드(Audre Lorde). 뉴욕의 첫 흑인 여성 계관시인이며,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전사 시인 어머니’라는 다중적 정체성으로 자신을 표현했던 사람. 그녀는 그날 ‘오드리 로드 여성 시 센터’ 헌정식에 참석해 사랑하는 친구들과 동료들, 딸과 아들, 자신의 유산을 기리려 모인 많은 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포옹하며 “나는 영원히 존재할 거야”라고 속삭이듯 예언했고, 이 말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1992년, 암 투병 끝에 빛으로 “폭발”한 뒤 사후 삶을 살기 시작한 그녀.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둠에 몸서리치는 이들에게 한 장의 지도가 되어주고 있는 그녀. 도대체 어떤 삶이었기에 자신이 “영원”할 것이라 약속했을까. 알렉시스 폴린 검스의 『생존이라는 약속(Survival Is a Promise)』은 일반 전기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오드리 로드와 우리의 삶을 깊고 단단하게 연결한다.
_박지홍
한 권의 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사유했던 로드의 삶이 다시 한 권의 책이 되어 우리 앞에 도착했다. 혐오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한 용감한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그 용감한 사람이 수많은 흑인, 여성, 퀴어의 삶을 생전에도, 지금도 어떻게 북돋고 있는지, 우리 곁에 어떻게 영원히 살게 되었는지 알려준다.
_김보영
그런 이름이 있다. 자기 이름의 알파벳 하나를 스스로 탈락시켜 몸을 바꾼 이름. 아프고 존엄한 몸을 떠올리게 되는 이름. 그래서 발음하는 순간 몸의 가장 약한 부분이 반응하는 이름. 약한 곳에서 가장 놀라운 격동이 발생한다는 증거가 되는 그 이름. 오드리 로드는 우주를 범위 삼아 유영하는 존재와 몸으로 거듭 돌아온다.
_김지승, 작가, 독립연구자
이 책을 통해 헤아려지는 건 오드리 로드라는 한 사람의 구획된 삶뿐만이 아니다. 알렉시스 폴린 검스에게 도착하기까지, 자료들이 축적되고 시간을 통과했을 물리적 여정의 질곡이 이 책에서 샘물처럼 배어 나온다. 이때의 시간은 서로 다른 위치의 존재들이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방식을 긍정해가는 변혁과 투쟁의 사회사를 의미하는 것이자, 기후 격변으로 이어진 인류사의 한 층위이기도 하다. 이 책으로 초대되는 일은 낮은 곳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일의 가능 여부를 오래 앓으며 탐색해온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일일 것이다.
_윤은성, 시인
오드리 로드는 우리에게 “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나는 흉터이며 최전선에서 온 포성이고, 부적이자 부활이다.” 그러하거나, 작가 아요페미 폴라얀이 상상했듯, “지금 살아 있는 우리가 우주 보이드 속의 원자가 되고도 한참 시간이 흐른 뒤까지, 그녀가 상징했던 탁월함의 숭고한 유산이 미래 세대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생존이라는 약속』 30쪽
바이런은 어린 딸을 잘 키우는 일에 대해서는 대체로 배우자에게 맡겨왔지만 이번 일에는 개입했다. 책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책도 딸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고 믿었다. “만약 글로 쓰인 내용이라면 딸이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어떤 책을 읽든 막아서는 안 된다.” 로드네 가족 사이에서 언어는 강력한 힘이 있었고, 오드리는 이 작은 승리로부터 한 가지 사실을 배웠다. 책이 제한적인 작은 집단의 문화로부터 탈출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페이지마다 뚫려 있는 검은 구멍들.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통로들.
―『생존이라는 약속』 104쪽
오드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악몽에 시달렸다. 예컨대 방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벌 한 마리가 죽일 수 있는 꿈, 그녀와 어린 딸이 말을 탄 경찰 그림자 속에 서 있는 꿈, 그녀가 러시아 전쟁 포로가 된 꿈, 스파이가 그녀의 영혼을 훔치려 하는 꿈, 플로리다에서 거대한 바퀴벌레가 그녀 손에 알을 낳는 것과 같은 약간 메스꺼운 꿈. 그녀는 가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깼는데 다시 잠들면 여전히 같은 꿈속에 있곤 했다. 어느 때는 세 번을 깼는데도 꿈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러나 악몽은 시의 자원이 되기도 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가장 무서웠던 꿈을 쓰게 하고, 그 꿈을 통해 내면에서부터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혜를 찾아보라고 가르쳤다. 어둠의 변혁적 힘을 통해 작업하며 오드리는 새로운 기도를 창조했다. 나를 용감하게 하는 그 두려움을 절대 잃지 않게 하소서.
―『생존이라는 약속』 82쪽
해바라기의 미성숙한 봉오리들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이는 태양을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최선의 방향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성숙한 해바라기들은 태양이 자기 뒤로 저물고 난 뒤에 다음 날 다시 떠오른다는 사실을 믿으며, 아침 태양을 마주하기 위해 동쪽을 바라볼 줄 안다. 프랜시스가 오드리와 가정을 꾸리고 가족이 되기 위해 생활 양식을 바꾸었지만, 두 사람이 거의 20년 동안 파트너로서 서로의 중심에 자리했지만, 또 이 세상은 프랜시스 클레이턴보다 오드리 로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터였지만, 이는 프랜시스의 삶이 오드리 주변에서만 전개되었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생존이라는 약속』 230쪽
“이런 방식으로 남자들은 자기의 가장 중요한 인간성을 부정하고 의존과 공포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오드리에게 삶과 죽음이 달린 문제였다. 여전히 감정 억압이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아들이 내가 아는 어떤 남자들처럼 자라는 걸 보느니 아들을 죽이겠어요.” 오드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고, 그때는 조너선이 열세 살쯤 됐을 때였다.
―『생존이라는 약속』 241쪽
우리는 그녀의 제자였기 때문에 우리가 그녀와 특별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모든 여성, 글을 쓰는 모든 여성, 책을 읽는 모든 여성, 책을 읽지 않는 모든 여성도 그렇게 느꼈다.
모두가 그렇게 느꼈다.
남성들까지도.
―『생존이라는 약속』 292쪽
몇 년 뒤, 1989년 오벌린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오드리 로드는 팔레스타인 점령을 지원하는 미군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라고 다음 세대를 북돋웠다. “우리의 연방세 중 매해 20억 달러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원조를 위해 사용됩니다. 그 자금 중 2억 달러 이상이 자기 고향에 대한 군사 점령을 끝내기 위해 봉기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진압하는 데 쓰입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미국에서 만든 최루탄을 팔레스타인 집과 병원에 쏘아 아기들, 환자들, 노인들을 죽입니다.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이 재판도 받지 않고 가시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수용소에 구금되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에 반대하는 양심적인 유대인들도 체포, 구금되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국회의원에게 중동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 인정을 요구하는 건 이타심이 아닙니다. 생존에 관한 문제입니다.”
―『생존이라는 약속』 414쪽
나는 생존이라는 단어를 사랑한다. 이 단어는 언제나 내게 약속처럼 들린다. 그러나 가끔 궁금해진다. 이 땅에 남긴 내 영향의 형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생존이라는 약속』 4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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