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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00원, 6권 펀딩 / 목표 금액 1,000,000원
펀딩 중 (마감 2026-05-25, 출간예정 2026-06-09)

*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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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날 소멸시켜줘.
이 세상 끝으로 데려가줘.

우리가 사랑하는 생, 사랑할 생, 사랑했던 생이 뒤섞여 파도처럼 부서진다
시의 언어, 희곡의 형식으로 다시 태어난 버지니아 울프의 빛나는 역작


버지니아 울프 문학의 정점으로 꼽히는 소설 『파도』(The Waves, 1931)가 희곡으로 각색되어 출간된다. 연극과 뮤지컬 연출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민정이 원작 소설을 직접 번역하고 재구성한 이 작품은, 지난해 무대에 올랐던 연극 〈파도〉의 대본을 다듬어 엮은 것이다.

“나는 요즘 산문 같은 시, 어쩌면 희곡, 본질적으로 시이거나 희곡인 어떤 소설을 쓰고 있다.” 버지니가 울프가 1928년 일기에 남긴 이 문장은 소설 『파도』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관통한다. 소설 『파도』는 전통적인 소설 문법을 거부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각자의 내면을 발화할 뿐이다. 그 독백들은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시적 문장 속에서 뒤섞이고 겹쳐지며 어느 순간 누구의 목소리인지, 마치 파도가 밀려왔다 부서지듯 경계가 흐려진다. 이들의 삶도 파도 위를 흐른다. 생의 충만함과 소멸, 연대와 고독, 삶과 죽음이 파도의 리듬으로 반복된다.

각색자 김민정은 이 방대한 내면 독백의 흐름을 꼼꼼히 짚어, 원작의 시적 감수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희곡의 언어로 압축했다. 소설이 독자에게 “누가 하는 말인지 방향을 잃게” 만드는 것처럼, 희곡 역시 경계의 흐릿함을 의도적으로 보존한다. 다만 희곡이라는 형식의 미덕을 살려 독자에게 소리와 리듬의 감각을 전하면서 소설에 가닿는 또 다른 문을 열어준다.

형식이 곧 주제―여섯 명의 배우가 여섯 개의 배역을 모두 살아내다

각색에 있어 가장 대담한 선택은 배역 구성 방식이다. 여섯 명의 배우는 매 장면마다 다른 인물을 맡으며, 마지막에 가서는 모두 서술자 버나드가 된다. “한 인물에 내재한 수많은 타자를 형상화하는 가장 명확한 방식”이라는 각색자의 말처럼, 이 같은 시도는 원작의 핵심 주제―개인의 자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타인과 뒤섞이고 유동한다―를 공연 언어 차원에서 구현한다.

각색의 또 다른 미덕은 언어 차원에서 발휘된다. 희곡 전반에 걸쳐 어미는 의도적으로 통일되지 않는다. 존댓말과 반말, 독백체와 서술체가 한 인물의 대사 안에서 뒤섞이고, 문장 중간에 결이 달라진다. 이는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각색 언어의 층위에서도 살리려는 의도적 선택이다. 관계와 내면의 거리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한국어 어미의 독자성은, 영어 원작이 가진 감각을 한국어로 구현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되었다.

작가 은유는 이 책의 리뷰에서 연극을 통해 비로소 “산문적인 접속이 불가능했던 『파도』의 리듬에 뒤늦게 올라탈 수 있었다”고 썼다. 더불어 희곡 『파도』를 “소설 『파도』를 머리로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리듬 타는 법을 가르쳐주는 든든한 가이드북”이자 “소설과는 다른 압축미와 완결성을 갖춘 단단한 작품”으로 평했다.



각색의 말

모든 배우는 인생의 단계마다 배역을 바꿔, 6명의 등장인물을 모두 연기합니다. 나였던 인물은 네가 되고, 너였던 인물이 내가 되는 과정을 통해, 인물은 독립된 개체인 동시에 서로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이런 형식은 버지니아 울프의 “인간은 다면적이고 분리될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시공간과 소리의 감각 요소도 날 것 그대로의 살아 있음을 드러내며 엮여 있습니다. 문장이 말이 되기를, 무대 위 모든 요소가 서로에게 파도치고 부서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를 바랐습니다.

_연극 <파도> 프로그램북 ‘연출의 말’에서


리뷰에서

좋은 작품에는 인생의 조망권이 들어 있다. 독자를 정체성 고민과 죽음에 대한 사유의 ‘파도 풀’에 데려다 놓는다. 한 치 앞도 모른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문학이 주는 처방이다. 내면에 쉴틈없이 이는 감정의 잔물결부터 숨을 삼켜버리는 거대한 물살까지 한 흐름으로 담아내는 희곡 『파도』를 읽다 보면 삶의 맷집이 조금은 탄탄해지고 영혼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폐활량이 늘었다면 원작 소설 『파도』의 낭독으로 넘어가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유쾌하며 견딜 만하다. 월요일 다음에는 화요일이 오고, 그다음에는 수요일이. 마음에는 수많은 연륜이 쌓이고 탄탄해진다. 고통은 성장에 흡수된다.” 같은 인생의 파도에 관한 더 길고 자세한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자기만의 방에서, 방방곡곡 동네 책방에서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해본다.

_은유(작가)


목차

각색의 말

파도

리뷰 – 은유(작가)

책 속에서

모두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간다. 친구들은 식당에 모여 있다. 테이블 한쪽에 카네이션이 꽂힌 화병이 놓여 있다.

버나드(배우4)
우리가 만나기로 한 식당. 모두 이미 와 있다.
수잔, 루이스, 로우다, 지니, 네빌. 젊었을 때라면 오지 않았을 장소지.
네빌이 몸을 돌렸어. 난 손을 들어 인사해.
“셰익스피어 소네트 사이에 나도 꽃 눌러뒀어.”

네빌(배우2)
더는 헤매지 말자. 밑줄. 바이런.

버나드(배우4)
침묵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영혼의 처마에서부터 뚝뚝 떨어진다.
중년의 포만감에 침묵을 한 방울씩 떨어뜨린다.
떨어지는 침묵은 내 얼굴에 흔적을 만들고,
비를 맞은 눈사람처럼 내 코를 무너뜨린다.
침묵이 떨어지면 결국 난 녹아내려, 얼굴을 잃는다.
지구는 태양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돌멩이에 불과하다.
저 꽃, 퍼서벌과 함께 식사했을 때 화병에 있던 빨간 카네이션이다.
꽃잎은 여섯 장, 여섯 개의 인생.

네빌(배우2)
사랑은 복잡하게 교차해서 매듭을 만들고, 잔인하게 운명을 갈라놓는다.
나는 그 매듭에 속박되었고 찢겼다.
우리가 오래전 퍼서벌과 만났을 때 모든 게 뜨겁게 끓어오르고 요동쳤다.
그때 우린 뭐든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린 선택했다.
내 주머니에 있는 날 증명할 서류는 수잔의 눈동자 속에 가득한 무, 옥수수
그 자연의 힘에 무력화된다.
내 서류는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까마귀를 쫓느라 손뼉 치는 남자의 무력한 소리이다. 오랜만에 만난 오랜 친구들, 우린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지?
그건 묘한 슬픔. 굳게 닫힌 문, 퍼서벌은 오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우린 모두 함께 슬픔의 짐을 지고 있다.
우리 오늘은 그 짐을 내려놓자. 서로에게 묻자.
어떠냐고?

수잔(배우6)
난 옛 친구들 가운데 앉아 나의 이 단단함으로
친구들의 보드라움을 문지르며 초록 눈으로 너희를 본다.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 지니는 한쪽에서 연주에 몸을 실으며 춤을 춘다.

로우다(배우1)
난 너희를 무서워하고, 증오하고, 질투하고 경멸하고 사랑해.
그래서 괴로워.
아이, 명예, 지위, 사랑, 친목.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내가 가지고 있는 건 하나도 없어.
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이젠 거울 속에도 내 얼굴은 없어.
버나드의 말처럼 우주의 심연엔 애초에 생명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루이스(배우5)
수잔과 버나드, 네빌과 지니, 로우다와 난 숲을 걷는다.
지니는 수련을 발견한 듯 장갑을 낀 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버나드를 사랑했던 수잔은 “버려진 인생, 낭비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수잔(배우6)
(루이스와 함께)
버려진 인생, 낭비한 인생.

루이스(배우5)
우주의 심연을 통과해 움직이는 세상에 귀를 기울여라.
(사이)
울부짖는다. 지난날 역사를 밝혔던 행적마저, 어둠 가운데 소멸하였다.

지니(배우3)
기적이 일어나서 지금, 이 순간이 정지했으면.


「장면 6」


원작 :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영향을 받아 정규 교육 대신 방대한 서재에서 스스로 공부하며 성장했다. 1915년 첫 소설 『출항』을 출간한 뒤 『밤과 낮』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올랜도』 『파도』 『세월』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의식의 흐름 기법’을 독자적으로 심화해 인물의 내면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기존의 서술 형식을 깨부수는 다양한 소설 기법을 실험했다. 1928년 케임브리지대학교 여성 칼리지에서 진행한 강연을 바탕으로 페미니즘 에세이 『자기만의 방』을 펴내며 문학 안팎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러한 문학적 공헌을 통해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이자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현대 문학사에 이름을 남겼다. 1941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번역 및 각색 : 김민정

공연 연출가. 서울대학교에서 동양사학과 심리학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했다. 1998년 연극 <종이 열대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연극과 뮤지컬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본과 번역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의 예술상, 더뮤지컬어워즈 창작뮤지컬상, 최우수외국뮤지컬상, 서울어린이연극상 인기상 등을 수상했다.


도서 정보



도서명: <파도>

- 주제 분류: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외국희곡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문학 > 영국문학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연극 > 외국희곡

- 지은이: 버지니아 울프
- 옮긴이: 김민정
- 각색: 김민정
- 펴낸 곳: 제철소
- 판형: 95*160mm / 무선제본 / 150쪽 내외
- 정가: 15,000원
- 출간 예정일: 2026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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