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저는 지금도 거의 날마다 영화를 보러 갑니다.
영화를 더 이상 보지 않는다면, 삶에서 무언가를 잃게 될 겁니다.
제가 떠올리고 싶은 것을 계속 일깨워주는 무언가를요.”
―수전 손택
* 수전 손택이 남긴 영화에 관한 가장 빛나는 글과 인터뷰
* 사후 20년 만에 공개되는 선집이자 국내 초역 에세이
* 「영화의 한 세기」, 「사진에 관하여」 등 대표 에세이 수록
* 최고의 번역, 아름다운 디자인, 전문가 해제까지― 손택 에세이 걸작선 시리즈의 세 번째
* 홍한별 번역, 씨네21 김소미 서문
윌북 수전 손택 에세이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영화에 관하여』가 출간된다. 손택 사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출간되는 선집이자 국내 초역 에세이로, 홍한별 번역가의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으로 옮겼다.
열렬한 시네필이자 독보적인 예술비평가, 네 편의 영화를 만든 영화감독이기도 했던 손택. 이 책에는 그가 평생에 걸쳐 써온 영화에 관한 가장 빛나고 중요한 글들이 담겼다. 손택이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1960년대부터 타계 직전까지의 시기를 아우르며, 에세이, 인터뷰, 강연, 편지 등 33편의 핵심적인 텍스트들을 수록했다. 오즈 야스지로, 고다르, 베리만 등 감독과 영화에 관한 비평부터, 영화감독으로서 고민이 담긴 인터뷰, 영화와 소설의 관계를 탐구하는 글과 영화 역사의 한 세기를 돌아보는 글, 손택이 꼽은 최고의 영화 TOP 10 목록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보고, 쓰고, 만들고, 사랑했던 손택의 사유를 다층적으로 만날 수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다. 더불어 현대사에 길이 남은 그의 대표적인 에세이 「영화의 한 세기」와 「사진에 관하여」 일부를 함께 수록해 의미를 더한다.
손택은 “영화는 유일하며 대체 불가능한 마법적 경험”이라고 말하면서 초산업화된 시대에 영화와 시네필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는 말한다. “시네필리아가 죽으면 영화는 죽는다. 영화가 되살아나려면 새로운 종류의 영화 사랑이 태어나야만 한다.” 손택의 글은 예술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줄, 살아 숨 쉬는 고전이다. 잠들어 있던 시네필의 가슴에 ‘영화에 관한 새로운 사랑’을 일깨워줄 책, 『영화에 관하여』를 만나보자.




‘영화는 예술의 책이자 삶의 책’이라는 손택의 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 안에는 정말 모든 것이 다 있다. 경이, 꿈, 매혹, 그리고 현실과 좌절과 환멸도.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영화에는 한계가 있고 결함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영화관이라는 신전 안에서 펼쳐지는 두어 시간의 마법에 기꺼이 사로잡히기로 한다면, 그동안에 경험하는 황홀경은 어떤 예배 못지않게 거룩하기도 하다.
1990년대에 쓴 글에서 수전 손택은 시네필의 시대가 끝이 났음을 아쉬워한다. 하지만 열기나 열광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있었던 까닭은 그만큼의 열정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은 무수한 영화 채널이 있고 OTT가 있고 제발 좀 잡아 잡수쇼 하는 영화가 널려 있고 정말 구하기 힘든 영화도 DVD나 블루레이를 구해서 볼 수 있다. 이제는 영화를 보기 위한 기회비용도 줄어들었고 영화는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 특별한 열정이 없어도 누구나 누리는 것이 되었다. 예전에 비디오 가게에 가서 영화를 고를 때의 설렘과 OTT에서 끝없는 영화의 목록을 훑어보는 느낌도 다르다. OTT에서는 계속 넘겨보며 고르기만 하다가 결국 안 보게 될 때가 많다. 언제라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한없이 미루게 된다. 이제는 영화가 예전만큼 특별한 경험으로 느껴지지 않게 된 것 같다.
『영화에 관하여』를 번역하면서 확인할 것들을 위해 영화를 꽤 많이 봤다. 화질이 좋지 않은 소스로 볼 수밖에 없는 영화도 많았지만, 고다르의 〈알파빌〉, 구로사와 아키라의 〈천국과 지옥〉, 베리만의 〈침묵〉, 브레송의 〈잔 다르크의 재판〉과 〈사형수 탈출하다〉는 운 좋게도 시네마테크 상영이 있어서 영화관에서 봤다. 번역을 위한 자료 조사 과정이 이렇게 순수한 기쁨을 안겨 준 경험은 아마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요새 영화를 잘 보지 않게 되었던 까닭이, 주로 집에서 영화를 보다 보니 충분히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음을 알았다. 극장 1열에, 축 늘어진 채 앉아 영화를 보던 수전 손택을 생각했다. 영화 관람이 ‘관능적이고 사색적인 의식’임을 다시 일깨워 준 이 책에 감사한다.
―홍한별
TV가 등장해 영화관이 텅 비게 되기 전에는 사람들이 매주 영화관에 가서 멋지게 걷는 법, 담배 피우는 법, 키스하는 법, 싸우는 법, 슬퍼하는 법을 배웠다(또는 배우려고 했다). 영화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에 대한 힌트도 주었다. 이를테면 비가 오지 않을 때도 레인코트를 입으면 멋져 보인다든가. 물론 영화를 보고 받아들인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더 큰 경험의 일부일 뿐이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얼굴과 삶에 빠져 자신을 잃는 경험. 무엇보다 강렬한 경험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에 완전히 푹 빠지는 것,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이었다.
관객은 영화가 자신을 납치해주길 바랐다.
―13쪽, 「영화의 한 세기」
저는 지금도 거의 날마다 영화를 보러 가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러면서 일도 많이 합니다. 제 나이쯤 되는 사람이 일주일에 다섯 번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건 젊고 혈기 넘칠 때 하는 일 아니냐고요. 하지만 어떤 열정은 영원히 계속됩니다. 저는 영화에서 엄청난 즐거움을 얻습니다. 특히 여러 영화를 반복하여 보는 데서 기쁨을 느낍니다.
―420쪽, 「일본 문화회관 개막 연설 중에서」
고다르는 ‘직설적’일 때 더 성공적인 듯하다. 그의 영화엔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데, 있다고 하더라도 고다르가 관심을 두는 것은 감각적 교감이 아니라 섹스가 ‘사람들 사이의 간격’에 대해 무엇을 드러내느냐 하는 것이다. 황홀경의 순간은 젊은이들이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하거나 달리는 장면이다. 고다르의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달릴 때가 사랑을 나눌 때보다 더 아름답다.
―175쪽, 「고다르」
〈동경 이야기〉에는 볼 때마다 가슴이 칼에 찔린 듯한 느낌이 드는 놀라운 순간이 있습니다. 아마 평생 서른 번은 봤을 텐데 매번 그랬습니다. 하라 세츠코는 이 가족의 며느리인데 남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죠. 가족의 삶이 펼쳐지다가 어느 시점에서, 대부분 사람이 실망스럽게 구는 와중에, 이 집안의 막내딸이 세츠코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삶은 실망스러운 거란 말이네요.” 이 말에 하라 세츠코가 천사 같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죠. “네, 그래요.” 저는 이 결정적 순간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시작 부분에서 유인원이 던진 뼈가 우주선으로 변하는 장면과 나란히 놓고 싶습니다.
―423쪽, 「일본 문화회관 개막 연설」
저는 〈델마와 루이스〉를 뉴욕의 평범한 극장에서 봤는데, 영화에서 수전 서랜든 캐릭터가 괴롭힘을 당하는 지나 데이 캐릭터를 도우려고 바에서 나와 “그만해!”라고 말해요. 그러자 남자가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야”라고 대답하죠. 그러자 서랜든이 말해요. “여자가 이런 소리를 내고 있으면 재밌어서 그러는 게 아냐.” 그때 극장에서 관객들이 환호했어요. 감정이 예민한 여성이라면 이 문장이 그저 말로 표현된 것만으로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을 거예요. (...) 여자와 남자 사이 관계의 진짜 진실은, 여자는 남자를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남자의 폭력을 두려워하고, 여러 방식으로 대처하며 살죠. 그래서 그것이 재치 있게 표현된 게 정말 대단한 해방감을 줬어요. 아, 드디어 누군가가 말해줬구나, 싶었죠. 정말 멋있었어요.
―399쪽, 「짐 매클로플린과의 미공개 인터뷰」
모든 것을 사진으로 기록하려는 욕구가 발생하는 최종적 이유는 바로 소비의 논리 자체에 있다. 우리는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이미지를 요구한다. 그리고 모든 그럴듯한 욕망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충족될 수 없다. 첫째로 사진의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이 작업이 결국 자신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고갈된 현실 감각을 되살리려고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현실은 더욱 고갈된다. 모든 것이 덧없다는 감각은 카메라가 찰나의 순간을 ‘고정’하는 수단을 제공한 이래로 우리를 심하게 압박해왔다.우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이미지를 소비한다. 카메라가 신체의 겉껍질을 소모시킨다는 발자크의 생각대로 이미지는 현실을 소모한다. 카메라는 해독제이자 질병이다. 현실을 소유하는 수단인 동시에 현실을 낡은 것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310쪽, 「『사진에 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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