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 《금각사》, 《가면의 고백》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국내 첫 단편집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문학적 인정을 받고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랐던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선집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1946년부터 1966년까지, 문단 데뷔할 무렵인 20대 초부터 만년의 40대 초까지 발표된 단편 중 총 12편을 수록했다.
미시마는 순문학 외에도 괴담, 판타지, 미스터리, 코미디 등 다양한 요소가 담긴 소설들을 발표한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다. 이번 단편집에는 그런 다채로운 미시마의 단편들을 감상할 수 있다. 얼핏 보면 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의 미시마 문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가장 절실한 문제를 내포한 작품”이라고 말한 <시를 쓰는 소년>, “사랑과 죽음의 풍경, 에로스와 대의의 완전한 융합과 상승 작용은 내가 이 인생에 기대하는 유일한 지복(至福)이다”라고 평한 <우국>, “하나하나 유작이라는 심정으로 쓴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한 <곶에서 생긴 일> 등 미시마에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비롯해, 자전적 내용이 담긴 단편, 미시마의 영원한 테마 중 하나인 ‘아름다움과 죽음’을 그린 단편, 뚜렷한 주제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유지되는 콩트 형식의 작품 등 12편의 작품들이 실리는 이색 단편집이 될 것이다.

곶에서 생긴 일
시를 쓰는 소년
의자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보온병
진주
나팔꽃
히나 인형의 집
표
괴물
우국
황야에서
옮긴이의 말
전후 일본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아 수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천재 작가로 불리던 미시마 유키오. 소설가 외에도 극작가, 평론가, 영화배우, 연출가 등 그의 이름 앞에 줄줄이 따라붙는 수식어는 몇 줄은 더 지면을 할애해야 할 만큼 많다.
올해는 미시마 유키오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로, 일본은 물론 그의 문학이 소개된 여러 나라에서도 작가를 재조명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새롭게 단편집이 번역되어 나오기도 했다.
미시마는 생애 동안 장편 33편과 단편 149편 등 총 180여 편의 소설을 썼다. 소설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많은 글을 썼으니 10대부터 썼다고 해도 정말 엄청난 다작을 한 작가다. 국내에도 《금각사》, 《가면의 고백》, 《풍요의 바다》 4부작 등 미시마의 대표작이 꾸준히 출간되고는 있지만 단편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다.
이번 선집에는 1946년부터 1966년, 대학 재학 중인 21세부터 만년의 41세까지 미시마가 활발히 집필 활동을 하던 시기에 쓰인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다양한 주제와 분위기를 담은 미시마의 단편집은 색색으로 칠한 그림책을 보는 듯하다. <시를 쓰는 소년>, <의자>, <황야에서> 등 미시마 문학에서는 보기 드문 자전적 내용이 담긴 단편, “미시마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응축한 정수 같은 소설”이라고 스스로 평한 문제작 <우국>, 전쟁 말기 근로 동원으로 머물던 공장에서 “하나하나 유작이라는 심정으로 쓴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한 <곶에서 생긴 일> 등 개인적으로 의미 깊은 작품을 비롯해, ‘아름다움과 죽음’이라는 미시마 문학의 주요 테마가 담긴 것, 뚜렷한 주제 의식 없이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주며 작품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단편 등 다채로운 미시마 문학을 즐길 수 있는 단편들이 소개된다. 미시마의 장편을 읽은 독자에게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미시마를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번역가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논리적이고 정확한 문장을 쓰는 미시마의 문장은 더없이 이상적인 작가다. 언어와 문장에 그토록 치밀하고 철저했던 작가의 문장을 옮길 때, 번역가는 그가 고르고 배치한 말들을 꼼꼼히 모자이크 맞추듯 정확히 재배치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것은 절대 말처럼 쉽지 않아서 관념적이고 난해한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곤혹스럽지만, 작품을 옮기는 내내 오로지 미시마의 언어를 충실하고 정확히 옮긴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나머지는 작품을 읽을 독자님들의 몫으로 남기겠다.
몽상은 나의 비상을 단 한 번도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일찍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비상을 하고 있었다. 그 몽상에 빠진 모습을 겉으로 보면서, 내가 얼마나 광활한 내부의 천공을, 별자리에서 별자리로 돌며 날개를 펴고 날아다니는지 알지 못한 그들은, 나를 휘감고 있는 반짝이는 거미줄을 억지로 걷어버렸지만, 거미줄로 보인 것은 사실 아지랑이처럼 여리고 아름다운 나의 날개였다.
― <곶에서 생긴 일>
곶 주변의 바다는 그 끝까지 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희미한 바다의 빛이 비치고 있을 뿐이었기에, 이곳에 있는 내 몸은 하늘 위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멍하니 일어서서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의 눈이 어른의 쓸쓸한 눈처럼 느껴졌다.
― <곶에서 생긴 일>
깃발이 걸려 있지 않으니 오늘은 공휴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자기 마음속의 휴일이고, 저 구슬의 반짝임은 자신을 축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년의 마음은 쉽게 육체를 벗어버리고 시에 대해 생각한다. 이 순간의 황홀감. 충실한 고독. 이상한 경쾌함. 구석구석까지 또렷한 도취. 외계와 내면의 친화. ……
― <시를 쓰는 소년>
소년의 차가움은 타인의 아픔을 결코 느끼지 못했다. 자신은 조금도 아프지 않으면서, “저게 고통이라는 거야. 난 잘 알고 있어”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 <시를 쓰는 소년>
바로 그 순간, 소년은 무언가에 눈을 떴다. 사랑이니 인생이니 하는 인식 속에 반드시 끼어드는 우스꽝스러운 불순물, 그것 없이는 인생이나 사랑의 한복판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불순물을 본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짱구를 아름답다고 믿는 것.
― <시를 쓰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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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은 나의 비상을 단 한 번도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일찍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비상을 하고 있었다. 그 몽상에 빠진 모습을 겉으로 보면서, 내가 얼마나 광활한 내부의 천공을, 별자리에서 별자리로 돌며 날개를 펴고 날아다니는지 알지 못한 그들은, 나를 휘감고 있는 반짝이는 거미줄을 억지로 걷어버렸지만, 거미줄로 보인 것은 사실 아지랑이처럼 여리고 아름다운 나의 날개였다.
― <곶에서 생긴 일>
곶 주변의 바다는 그 끝까지 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희미한 바다의 빛이 비치고 있을 뿐이었기에, 이곳에 있는 내 몸은 하늘 위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멍하니 일어서서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의 눈이 어른의 쓸쓸한 눈처럼 느껴졌다.
― <곶에서 생긴 일>
깃발이 걸려 있지 않으니 오늘은 공휴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자기 마음속의 휴일이고, 저 구슬의 반짝임은 자신을 축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년의 마음은 쉽게 육체를 벗어버리고 시에 대해 생각한다. 이 순간의 황홀감. 충실한 고독. 이상한 경쾌함. 구석구석까지 또렷한 도취. 외계와 내면의 친화. ……
― <시를 쓰는 소년>
소년의 차가움은 타인의 아픔을 결코 느끼지 못했다. 자신은 조금도 아프지 않으면서, “저게 고통이라는 거야. 난 잘 알고 있어”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 <시를 쓰는 소년>
바로 그 순간, 소년은 무언가에 눈을 떴다. 사랑이니 인생이니 하는 인식 속에 반드시 끼어드는 우스꽝스러운 불순물, 그것 없이는 인생이나 사랑의 한복판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불순물을 본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짱구를 아름답다고 믿는 것.
― <시를 쓰는 소년>
그 아름다움은 가짜의 모습이다. 사라져버릴 육체가 가진 한때의 모습이다,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고승의 마음을 뒤흔든 한순간의 힘은 왠지 너무나 드물고도 아득한 힘처럼 느껴졌다.
―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망상은 확고해지고, 사념은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희망이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단념하기 쉽지만, 이 불가능한 사랑은 호수처럼 가만히 땅을 뒤덮고, 흘러갈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고승은 기다리고 있다.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피로를 지팡이로 버티며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해가 기운다. 해 질 녘이 된다. 그래도 후궁에게서 소식은 없다.
― <시가데라 고승의 사랑>
나는 사자(死者)의 영혼에 대해 늘 애련의 정을 가진다. 영혼들은 쓸쓸하고, 슬프고, 가여운 존재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것은 우리가 어릴 적 동물들의 세계에 가졌던 감상적인 기분을 닮았다. 미개 민족들이 동물들을 죽은 인간의 영혼이 나타난 것으로 믿는 이유를 나는 이해한다. 우리가 가진 연민의 감정은 뭔가 알 수 없는 것, 불가해한 것을 향해 놓인 다리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것들에 동경으로 연결되고, 또는 연민으로 연결된다.
― <나팔꽃>
영혼이라는 것에, 결국 삶의 형태를 부여하지 않으면 우리의 상상력의 날개는 퍼덕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생명 속에서도 신비로운 것, 불가해한 것, 깊은 밤에 날아다니며 울음소리를 주고받는 작은 새 같은 것, 그런 것들에 기대어 생각하지 않으면, 영혼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 <나팔꽃>
너는 이것이 감미로운 생각이라고 말할까? 대개 감미로운 이야기에는 감미로운 생각이 따르게 마련인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광기라는 것이 이런 감미로운 이야기를 낳는다면, 제정신인 우리는 제정신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감미로운 공상을 그것에 헌사해야만 하지 않을까?
― <히나 인형의 집>
나리모치는 아름다운 것에도 잔혹했지만, 그 잔혹함에는 사랑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추한 것에는 한 치의 가차도 없었다.
― <괴물>
나리모치의 눈은 분노로 타올랐다. 예언의 능력, 알아맞히는 능력도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쩌면 저주도 더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런 갇혀버린 몸을, 이런 사로잡힌 영혼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그 자신조차 알 수 없다. …… 그는 죽음을 바랐다. 그런데 죽음도 그의 바람과는 전혀 무관한 판단으로, 어느 아침 거지에게 던져진 찢어진 지폐처럼 그의 몸 위로 떨어져 내릴 것이 분명했다.
― <괴물>
범인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책상 사이로 이리저리 끌려다녔는데, 그 얼굴에는 뭔가 당당한 데가 있어, 앉아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도 아까처럼 필사적으로 애원하는 영혼의 절실한 번뜩임은 없었다. 나는 거기서 그저 타인의 얼굴을 보았을 뿐이다.
― <황야에서>
내 마음은 좀 더 다른 것이었다. 사람이 있으면 안 되는 내 서재에, 장마철 아침의 희미한 어둠 속에 떨면서 서 있는 한 청년의 극도로 창백한 얼굴을 보았을 때, 나는 나 자신의 그림자가 거기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 <황야에서>
나는 말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 무엇을 내보내고 있는 것일까? 예술가에게는 분명 술을 파는 사람과 비슷한 데가 있다. 그의 작품에는 알코올 성분이 필요하고, 알코올 성분을 포함하지 않는 음료를 파는 것은 그의 직업을 스스로 모독하는 것과 같다. 말하자면 도취를 파는 것이다.
― <황야에서>
소설을 읽는 것은 고독한 작업이고, 소설을 쓰는 것도 고독한 작업이다. 활자를 매개로 하여 우리의 고독은, 본 적도 없는 타인의 고독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그 스며들어가는 기괴한 현장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결코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의 침입자 덕분에, 그 광기 덕분에, 나는 그 창백한 얼굴에서 작가가 결코 볼 수 없는 ‘독자’의 얼굴을 본 것만 같다.
― <황야에서>
- 접기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로 1925년 도쿄에서 고위 관료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소설, 희곡, 수필, 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가쿠슈인 중등과 재학 중인 16세 때 쓴 첫 단편 〈꽃이 한창인 숲〉으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도쿄대 법학과 재학 중인 1946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대학 재학 중 패전을 겪고 졸업 후 대장성에 들어가지만 얼마 후 퇴사하고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전업 작가가 되어 쓴 첫 장편 《가면의 고백》은 자전적 내용이 담긴 작품으로, “문학의 영역에서 반세기 늦게 일본의 20세기가 시작되었다”라는 평을 받으며 격찬을 받았다. 화려하고 시적인 문체, 그리고 고전을 바탕으로 한 유미주적인 작풍이 특징으로, 《파도 소리》, 《사랑의 갈증》, 《오후의 예항》, 《금색》, 〈우국〉 등 잇달아 화제작을 발표하고 서른한 살에 쓴 《금각사》로 문학적 절정기를 맞이했다. 180여 편의 소설을 비롯해 희곡, 평론, 수필 등 수많은 저작을 남기고 여러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만년에 집필한 《풍요의 바다》 4부작은 일본 문학 불후의 명작으로 꼽힌다.
도쿄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어학을 전공하고 통번역사로 일했다. 시와서 출판에서 번역과 기획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 《풀꽃》, 《하루하루 하이쿠》, 《하루하루 와카》, 《책은 시작이다》, 《심호흡의 필요》, 《세상은 아름답다고》, 《나쓰메 소세키 - 인생의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 - 내 마음의 문장들》, 《봄은 깊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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