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체불명의 남자가 매년 1월 19일 밤마다 볼티모어의 한 묘지를 찾았다. 검은 옷을 입고 모자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그는 항상 에드거 앨런 포의 묘에 생일 축배를 올린 뒤, 묘지석 위에 코냑 한 병과 장미 세 송이를 남기고는 자리를 떴다. 그의 정체에 관해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전통은 2009년에 중단됐고, ‘포의 생일 축배객’이 이미 수년 전에 죽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8쪽)
엄밀하게 말하면, 에드거는 여전히 앨런 일가의 손님이었고, 궁핍한 고아였다. 정식으로 입양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1827년 3월, 채권자 요청으로 포의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나타난 집달관은 포의 재산 상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압류할 재산이라곤 하나도 없다”라는 보고서를 적고는 앨런의 저택을 빈손으로 걸어나갔다. 이제 채권자들에게 남은 방법은 포를 교도소에 집어넣는 것뿐이었다. 그 주의 마지막 날, 포는 도망을 쳤다.(28~29쪽)
포가 정말로 좋아한 일은 교수를 놀리는 시를 쓰는 것이었다. 시는 동기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는 종종 매우 공격적인 시를 쓰곤 했습니다.” 그의 기숙사 룸메이트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나는 그렇게 증오심이 강한 사람은 지금까지도 보지 못했습니다.”(44쪽)
포의 불행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같은 해,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도 유사한 이유로 <열두 번도 넘게 들려준 이야기Twice-Told Tales>의 발간을 거절당하고 충격에 빠졌다. 놀라운 점은 오늘날에도 작가들이 출판사들로부터 정확히 똑같은 거절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편소설은 여전히 잘 팔리지 않고 있으며, 기성작가들조차도 그것을 일종의 사치라고 생각한다. (64~65쪽)
종종 어떤 문학적 장르가 한 작가에 의해 개척되었다고 얘기들 하는데, 바로 에드거 앨런 포가 그런 작가였다. 포는 추리소설을 개척한 작가였다. 사실 볼테르부터 13세기 중국 문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앞선 세대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파리에 사는 두 모녀의 불가사의하고 끔찍한 피살 사건을 다룬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 추리소설의 특징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약간 오만하고 괴짜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주인공, 그의 분석 능력을 소개하는 짧은 글로 시작되는 소설 구조, 매우 성실하고 쉽게 감명을 받는 조수,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단서들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고, 부지런하지만 상상력이 빈곤한 형사, 범죄가 불가능해 보이는 “밀실”이라는 사건 현장, 그리고 응접실에서 이루어지는 극적인 범인과의 조우에 이르기까지, 포의 이 소설에는 마치 제우스의 우리를 박차고 뛰어나온 다 자란 아테네 여신처럼 현대 추리소설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88~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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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 년 동안 정체불명의 남자가 매년 1월 19일 밤마다 볼티모어의 한 묘지를 찾았다. 검은 옷을 입고 모자와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그는 항상 에드거 앨런 포의 묘에 생일 축배를 올린 뒤, 묘지석 위에 코냑 한 병과 장미 세 송이를 남기고는 자리를 떴다. 그의 정체에 관해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전통은 2009년에 중단됐고, ‘포의 생일 축배객’이 이미 수년 전에 죽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8쪽)
엄밀하게 말하면, 에드거는 여전히 앨런 일가의 손님이었고, 궁핍한 고아였다. 정식으로 입양된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1827년 3월, 채권자 요청으로 포의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나타난 집달관은 포의 재산 상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압류할 재산이라곤 하나도 없다”라는 보고서를 적고는 앨런의 저택을 빈손으로 걸어나갔다. 이제 채권자들에게 남은 방법은 포를 교도소에 집어넣는 것뿐이었다. 그 주의 마지막 날, 포는 도망을 쳤다.(28~29쪽)
포가 정말로 좋아한 일은 교수를 놀리는 시를 쓰는 것이었다. 시는 동기생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는 종종 매우 공격적인 시를 쓰곤 했습니다.” 그의 기숙사 룸메이트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나는 그렇게 증오심이 강한 사람은 지금까지도 보지 못했습니다.”(44쪽)
포의 불행이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다. 같은 해, 너새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도 유사한 이유로 열두 번도 넘게 들려준 이야기Twice-Told Tales의 발간을 거절당하고 충격에 빠졌다. 놀라운 점은 오늘날에도 작가들이 출판사들로부터 정확히 똑같은 거절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편소설은 여전히 잘 팔리지 않고 있으며, 기성작가들조차도 그것을 일종의 사치라고 생각한다. (64~65쪽)
종종 어떤 문학적 장르가 한 작가에 의해 개척되었다고 얘기들 하는데, 바로 에드거 앨런 포가 그런 작가였다. 포는 추리소설을 개척한 작가였다. 사실 볼테르부터 13세기 중국 문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앞선 세대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지만, 파리에 사는 두 모녀의 불가사의하고 끔찍한 피살 사건을 다룬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현대 추리소설의 특징을 거의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약간 오만하고 괴짜이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주인공, 그의 분석 능력을 소개하는 짧은 글로 시작되는 소설 구조, 매우 성실하고 쉽게 감명을 받는 조수,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단서들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고, 부지런하지만 상상력이 빈곤한 형사, 범죄가 불가능해 보이는 “밀실”이라는 사건 현장, 그리고 응접실에서 이루어지는 극적인 범인과의 조우에 이르기까지, 포의 이 소설에는 마치 제우스의 우리를 박차고 뛰어나온 다 자란 아테네 여신처럼 현대 추리소설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88~89쪽)
굴곡과 변화가 심했던 포의 인생이었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마음의 안식처인 가정이 있었다. 포는 아내 버지니아와 숙모 마리아에게 깊이 의지했다. 하지만 1842년 초, 거실 피아노에 앉아 노래를 부르던 버지니아가 갑자기 입에서 선홍빛 피를 토해냈다. 버지니아의 폐에서 나온, 이 산소를 가득 머금은 피는 의심할 여지없이 비극적이고도 두려운 폐결핵의 서막을 알리는 끔찍한 신호였다.(93~94쪽)
포가 더 이상의 글을 쓰지 않았더라도 문학사에서 포가 차지하는 위치는 여전히 확고했을 것이다. <도둑맞은 편지>를 통해 그는 추리소설이 결코 요행으로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며, 놀랍도록 유연하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리하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장르라는 점을 웅변으로 보여주었다. 필력의 정점에서 많은 작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포도 자신이 다음 행선지로 택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뉴욕시였다.(108쪽)
그들은 최근 세상의 “구설수” 때문에 고통받기도 했다. 몇 주 전, 역사학자인 엘리자베스 엘렛이 포를 찾아와서는 그녀가 지난날 일방적으로 포에게 보낸 편지들을 후회한다고 말하고 난 뒤부터 그녀의 성미 급한 남동생이 포를 죽여버리겠다고 위협하고 다녔다. 술에 취한 포는 자신의 동료이자 한때 친구였던 토마스 던 잉글리시의 집을 찾아가 자신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며 총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잉글리시가 거절하자 둘은 주먹다짐을 벌였고, 싸움은 도장이 새겨진 반지를 낀 주먹으로 포의 얼굴을 강타한 잉글리시의 승리로 끝났다. 사람들이 간신히 둘을 떼어놓았을 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포가 식식대며 말했다.
“누구도 저 자식 건드리지 마. 내가 꼭 다시 손볼 거니까.” (132쪽)
10월 3일, 볼티모어에 사는 포의 문단 친구이자 10년 전에 최초로 <리지아>를 발간하기도 한 조세프 스노드그라스 박사는 한 통의 다급한 메모를 받는다.
“볼티모어시, 10월 3일, 1849년.
지금 남루한 옷을 입은 에드거 앨런 포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라이언스 포스 워드 폴스>(볼티모어에 있던 선술집 겸 여관)에 있습니다. 그는 아주 위중한 상태로 보이는데, 당신을 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그에게는 지금 신속한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럼 이만. 조스. W. 워커”(172~173쪽)
살아생전 포는 어떤 잡지나 장르, 혹은 출판업자하고도 오랜 관계를 유지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그의 글을 지속적으로 읽는 독자들도 드물었다. 제임스 러셀 로웰이 포의 평론에 대해서 언급한 말은 나머지 포의 작품들에 대해 그대로 적용해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포는 수없이 많은 채석장에서 불멸의 피라미드를 건축하고도 남을 만큼 무수한 돌들을 캐냈지만, 그것들을 무관심하게 방치해두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물건의 주인이 포인지도 몰랐다.”(178쪽)
하지만 가장 특별하고 열렬한 포의 독자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곳은 가장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기도 했는데, 1875년 한 신문이 보도했듯이 “포의 작품들과 등장인물들은 철학적 분위기가 강한 스코틀랜드 대학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해 가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대학에 아서 코난 도일이라는 한 청년이 입학했다. 이 의과 대학생은 포가 쓴 뒤팽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받고 있던 관찰과 진단의 훈련 속에 숨어 있는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당대의 가장 위대한 문학적 피조물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셜록 홈즈였다.
“만일 포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영감을 받은 작가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십일조를 내서 그의 기념관을 짓는다면,” 도일은 뒤에 이렇게 말했다. “피라미드쯤은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건축물이 탄생할 것이다.”(183~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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