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마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다. 1975년 외무고시를 거쳐 외교부에 들어가 33년간 주로 국가 안보와 통일 외교 업무를 맡았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 회담의 수석대표로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데 역할을 했고, 1999년 제네바 남·북·미·중 4자 평화회담 차석대표를 맡았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방위비 분담 협정 체결, 한·미 미사일 합의 개정을 통해 한·미 동맹을 미래형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1979년 동서 분단의 현장이었던 서베를린 부영사로 시작해 인도, 미국, 싱가포르 대사관을 거쳐 강대국 정치 수난의 역사를 지닌 폴란드 주재 대사를 지냈다. 외교부 안보과장, 북미국장, 기획관리실장, 차관보로 일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국제 안보 비서관,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 외교 안보 정책실장을 거쳐 제34대 외교통상부장관을 역임했다. 그리고 제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과 제5대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저서로 비핵화와 통일 외교의 현장을 회고한 《빙하는 움직인다》가 있다.
‘대한민국호號’는 지난 80년에 걸쳐 항해해온 항법으로는 헤쳐 나가기 어려운 바다를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항법을 바꾸기를 거부하거나 주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 가능성이 있는 전제로 삼고, 그 위에서 평화와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가 하면, 한·미 동맹의 기존 구조를 불변의 안전장치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핵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하는 한국의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의 평화·번영·통일이라는 거대한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입니다. 그 수단이 동원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면 새로운 수단을 찾아야 합니다. 그 수단을 마련하는 집단적 지혜를 모으는 데 벽돌 하나라도 놓는다는 심정으로 한국이 “어디로 어떻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아 졸고를 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