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소설집을 내고 십 년이 지났다.
십 년 동안 네 권의 장편소설을 묶으며
장편과 장편 사이 드물게 단편을 썼다.
긴 소설을 한 권 완성하고 나면 그때마다
간절히 원하는 일과 원망하는 사람이 바뀌곤 했다.
나에게는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이
십 년간 지도 없이 움직여온 내 마음의 경로로 읽혔다.
비극 속의 왕이든
희극 속의 광대든
정오의 주사위 놀음으로 결정된다 해도 괜찮다.
이제는 내게 어떤 역이 주어지든 충실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나의 아홉번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