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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5개 언어권을 대표하는 다섯 개 명문 출판사(프랑스의 쇠유, 이탈리아의 라테르차, 독일의 C. H. 벡, 영국의 블랙웰, 스페인의 크리티카)의 공동 기획으로 시작된 '유럽을 만들자' 총서는 현재 전 세계 15개국에서 동시 출판되고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기획이다.
유럽 10여 개국의 내로라 하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지성들(움베르토 에코, 피터 브라운, 아아론 귀레비치, 잭 구디, 자크 르 고프, 파올로 롯시 등)이 공동 집필한 총 26권의 이 총서는 현재도 계속 진행중이다.
언어, 인구, 도시, 농업, 대학 등에서부터 혁명, 여성, 계몽주의, 민주주의, 환경, 근대과학 등 유럽 문명과 역사의 전 분야를 다각도로 점검하고 있는 이 총서는 유럽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광범위하고도 깊이 있는 통찰과 총체적인 전망을 담아내고 있다. 한국어 판 총서의 책임 편집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최갑수 주경철 교수가 맡았다.
'유럽을 만들자' 총서 제1권으로 출간된 은 지금까지의 유럽 중심적 세계사 해석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역작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유럽 중심적 세계사 해석에 맞서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수정주의적 경향의 역사관을 대표하는 저작이기도 하다.
폰타나는 흥미롭게도 유럽사에 대한 지금까지의 관점을 일그러진 거울들로 이루어진 유령의 집에 비유한다. 유럽인들은 이 유령의 집에다 야만, 기독교, 봉건제, 악마, 촌뜨기, 미개, 진보라는 왜곡된 거울들에 자신을 비춰 보면서 자신들을 정의해 왔고, 자신들이 '다른 사람들'(비유럽인들, 비기독교들, 농민들, 민중들, 여자들)보다 우월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지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자아 도취적 혹은 자기 합리화적 세계관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유럽인들이 하루 빨리 이 유령의 집에서 뛰쳐나와야 한다고 요구한다. 일단 거기에서 벗어나면 '세계'라고 하는 거대한 책에서 인간 사회에 대한 연구 작업을 다시 할 수 있겠지만, 만일 끝내 벗어나지 못한다면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게토'에 갇혀 결국에는 그들 자신들의 파괴를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잘못된 상들을 자신의 모습과 대조시키면서 스스로를 정의해 왔다고 말한다. 중세 말의 사회적 대도약은 무지한 시골뜨기의 위협적인 얼굴을 만들어냈으며 다른 대륙의 민족들의 '발견'은 야만인, 동양인, 그리고 미개인의 얼굴들과의 대조를 통해 유럽인들을 다시 새롭게 정의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하나로 이어진 상들은 역사에 대한 외가닥 해석의 토대가 되었다.
무한한 진보에 대한 환상이 깨진 오늘날, 지은이는 이제 실질적인 필요성에 일치하는 다른 관점으로 그것을 대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왜곡된 거울들의 방에서 나가 새로운 눈으로 '다른 사람들'을, 즉 가면으로 위장하지 않은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