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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철학, 교육학, 언어학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현대의 고전
카밀로프-스미스의 <모듈성을 넘어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AI 정리로 대신합니다.
책은 하드커버로, 미사용이며 매우 좋은 상태입니다.
책 머리에 노란 반점들과, 종이재킷의 상단이 약간 찢어진 정도입니다.
지금은 하드커버, 페이퍼백 모두 절판되어 매우 희귀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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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카밀로프-스미스(Annette Karmiloff-Smith)의 1992년 저작 《모듈성을 넘어서(Beyond Modularity: A Developmental Perspective on Cognitive Science)》는 인지과학과 발달심리학의 지형을 바꾼 기념비적인 책입니다.
이 책은 장 피아제(Jean Piaget)의 구성주의(Constructivism)와 제리 포더(Jerry Fodor)의 생득주의(Nativism) 사이의 팽팽한 대립을 중재하며, 제3의 길인 신경구성주의(Neuroconstructivism)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특히 언어 습득, 수학, 물리, 심리 등의 영역에서 인간의 인지가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한 독창적인 이론을 담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당시 인지과학계는 두 거장의 이론이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포더는 인간의 마음이 태어날 때부터 영역 특수적(Domain-specific)인 독립된 '모듈'들로 나뉘어 있다고 주장했고(생득주의), 피아제는 마음이 백지상태에서 출발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역 일반적(Domain-general)인 인지 구조를 발달시킨다고 보았습니다(구성주의).
카밀로프-스미스는 이 두 극단을 모두 비판하며 융합합니다.
| 학자 | 마음의 초기 상태 | 발달의 방향성 |
| 제리 포더 | 이미 완성된 모듈을 가지고 태어남 | 발달의 여지가 적음 (생득적) |
| 장 피아제 | 모듈 없이 범용적인 학습 능력만 있음 |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범용적으로 발달 |
| 카밀로프-스미스 | 최소한의 선천적 성향만 가지고 태어남 | 경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모듈화(Modularization)' 됨 |
그녀는 인간의 마음이 처음부터 모듈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발달 과정을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모듈화(Modularization)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책의 가장 빛나는 성취이자 언어 습득 이론(L1)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 바로 '표상적 재기술(RR 모델)'입니다.
RR 모델은 아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얻은 '암묵적 지식'이 어떻게 내부의 인지 시스템을 통해 점점 더 '명시적 지식'으로 변환(재기술)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 과정은 다음 4가지 수준(수준 I, E1, E2, E3)을 거칩니다.
수준 I (Implicit, 암묵적 단계): 지식이 행동이나 절차 속에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환경의 자극에 성공적으로 반응하지만(행동적 숙달), 유연성이 없습니다.
언어 습득의 예: 아이가 불규칙 동사의 과거형인 'went'를 단순히 통째로 외워서 올바르게 사용합니다.
수준 E1 (Explicit 1, 명시적 단계 1): 암묵적 지식이 내부 시스템에 의해 한 단계 추상화되어 '재기술'되는 단계입니다. 아이는 외부 데이터보다 자신이 세운 내부의 규칙(이론)을 우선시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 유명한 U자형 발달 곡선(일시적 수행 능력 저하)이 나타납니다.
언어 습득의 예: 아이가 동사 과거형을 만드는 규칙('-ed')을 깨닫고, 잘 쓰던 'went' 대신 'goed'나 'wented'라는 오류를 범하기 시작합니다.
수준 E2 (Explicit 2, 명시적 단계 2): 내부의 규칙과 외부의 데이터(예외 상황 등)가 다시 균형을 맞춥니다.
수준 E3 (Explicit 3, 명시적 단계 3): 지식이 완전히 명시화되어, 이제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언어 습득의 예: 규칙과 불규칙을 모두 올바르게 사용(went)할 뿐만 아니라, 언제 어떻게 쓰는지 인식하게 됩니다.
카밀로프-스미스는 단순히 실수를 교정하면서 지식이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행동(Behavioral mastery) 이후에 일어나는 내적 반성'이 인지 발달의 핵심 원동력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극-반응이나 범용적인 논리 구조의 발달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모국어 문법 체계 획득이나 언어의 과잉 일반화(Overgeneralization) 현상을 인지과학적으로 매우 우아하게 설명해 냈습니다. 《모듈성을 넘어서》는 인간이 어떻게 단순한 '행동의 숙달'을 넘어, 그것을 추상화하고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되는지 보여준 훌륭한 청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