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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예술가소설의 성좌들
“마르쿠제에 의하면 예술가소설은 예술과 생활이 분열될 때, 주변에 동화되지 않는 고유한 의식이 고개를 내밀 때, 그때야 비로소 생성 가능한 서사 형식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예술가소설은 태생적으로 작가와 현실의 대립과 불화를 바탕으로 작동하며, 삶과 현실의 압력 속에 놓인 예술가의 예민한 자의식을 그대로 투영하면서 당대 문학의 장(場) 안에서 예각화된다. 문학장의 구조적 변동이 문학 관념의 변화를 야기하듯 예술가소설에 나타나는 현실과 예술의 이항 대립적 구도 또한 시대적 문맥에 따라 그 강도와 양상을 달리한다. 사회?정치적 변혁기나 이데올로기적 전환기에 밀도 있는 예술가소설이 부상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예술가소설에 나타난 문제의식은 문학과 정치, 예술성과 사상성,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대립 구도 속에서 길항해 온 우리 근대문학의 특징적 국면과 연결된다. 지금 우리는 그 이분법적 구도 자체가 무화되거나 무의미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근대문학의 형성 이래 그것은 언제나 우리 문학의 중심 화두였고, 논쟁과 갈등의 진원지였다. 이는 어쩌면 우리 문학이 문학 밖의 현실에 대한 교섭과 계몽의 책무를 벗어나서 무작정 예술이라는 이름의 유토피아로 나아갈 수 없는 혹은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어지러운 현실과 역사를 살아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이 우리의 근대문학은 문학 외적 현실에 대한 규정력과 계몽의 역할에 치중해 왔고, 문학의 언어로 현실을 번역하고자 하는 미학적 태도에 강박되어 왔다. 시대의 운명, 시대의 얼굴이 곧 자신의 얼굴이라고 믿는 우리 문학사의 계몽적 전통은 현실에 대한 요청으로부터 벗어나는 심미적 가상의 상태를 쉽게 수락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문학에 자주 결락되어 있는 것은 심미와 탐미, 환상을 향한 예술적 욕망이며, 예술의 자율성과 절대성에 대한 옹호와 추구라 할 수 있다.”(이상 저자 황경의「책머리에」)
저자 황경은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소설을 전공했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일본 규슈대학교 방문연구원 등으로 활동했다.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국어사전과 한국현대장편소설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했다. 대표 논문으로「최인훈 소설에 나타난 예술론 연구」 등이 있으며, 『시와 이야기가 있는 우리 역사』(공저)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