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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 페미니즘을 만나 여성운동활동가이자 여성학자로 살다가 지금은 성공회 세종교회 공동체를 섬기고 있는 허성우 종신부제가 아들을 갑작스럽게 하늘로 떠나보낸 후 직면한 고통과 애도의 시간을 시로 풀어내 묶었다. 아들의 부재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화석이 된 가슴에 매순간 울컥울컥 쌓이는 질문과 고백들은 세상을 바꾸려는 욕망으로 열심히 일하면서 살다가 놓친 것들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고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로 나아간다.
살아 있음을 증거하는 가볍고 경쾌한 삶의 몸짓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이 어떤 사건이자 기적인지, 낯선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온 영원의 의미, 영원한 그리움이 된 자식의 엄마로 살아가는 통증 등 아픔 없이는, 사랑 없이는 건널 수 없는 낯설고 오묘한 시간을 처연히 보여준다.
이 시집은 “끝내 어두워 가장 빛날지 모를” 죽음과 연대하며 삶의 방향과 의미를 재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애도의 과정에서 만난 詩라는 양식, 즉 결핍과 슬픔을 기록하는 일이 어떻게 삶의 빛으로 변화하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시인은 “죽음을 슬퍼하는 모든 이들을 추앙하며/흘러왔기에 흘러가기를/묶이거나 막히지 않기를/바람 되어 어디로든 날아가기를”(시인의 말) 바란다. 그러므로 시인에게 이 시들은 한 애도자가 다른 애도자들을 가슴으로 부르는 손짓이며 기도이다. 이것이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온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