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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의 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다른 데서 보지 못한 상실의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시적 개성의 굵은 줄기를 이루고 있다. 시인이 겪은 개인사의 세목을 알 수 없는 우리들은 시의 문면을 통해 감정의 곡절을 유추해 볼 수밖에 없다. 그러한 탐색의 수행에 두 개념이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문학은 슬픔으로 슬픔을 위로하며 마음을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 형언할 수 없는 상실감 때문에 극단적인 그리움이 발생하고 그 그리움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또 다른 좌절과 슬픔이 발생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양상은 지극히 당연한 인간 심리 현상이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문학 활동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김정희 시의 안쪽으로 여행할 채비를 갖춘 것이다.
김정희의 이 시집은 시인의 체험이 상상과 사유의 굳건한 기둥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고통으로 고통을 달래고 슬픔으로 슬픔을 위안하는 역할을 한다. 비극이 인간 현실의 연민과 고통의 체험을 통해 그러한 감정의 소실에 기여하는 것처럼, 독일 낭만주의 작품이 동경과 좌절의 순환을 통해 인간 운명의 비극성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통찰하고 자아의 위상을 분명하게 한 것처럼, 김정희의 시도 충분히 그러한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