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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시인 박현덕 9번째 시조집
소외된 자리의 절망과 희망을
숙련된 솜씨와 개성으로 노래해
중견시인 박현덕 씨가 9번째 시조집 『밤 군산항』(문학들 刊)을 펴냈다. 삶의 현장과 역사의식을 토대로 일관되게 자신의 시세계를 구축해온 시인의 숙련된 솜씨와 개성이 돋보이는 시집이다. 연시조인 「국밥과 희망」을 보자.
“화순 군내 터미널/좁다란 골목 사이//담장에 달라붙어/납작하게 엎드린 집//여든 살/허리 휜 여자가//국밥을 말아 준다
덩그러니 탁자 세 개/다들 삶에 너무 지쳐//국밥을 한술 뜰 때/참새 몇몇 서성인다//여자는/고기 잘게 썰어/가게 앞에 뿌린다”
첫 수에서 시인은 화순 군내 터미널 근처 허름한 국밥집에서 “여든 살/허리 휜 여자가” 국밥을 말아 주는 풍경을 그린다. 둘째 수에서도 “덩그러니 탁자 세 개”뿐인 식당에서 국밥을 뜨는 고단한 사람들과 고기를 잘게 썰어 가게 앞 참새들에게 뿌려 주는 주인할머니의 행동을 그린다. 담담하다. 차분하고 평온한 풍경인데, 읽고 나면 마음이 온정으로 그윽해진다.
가게 앞을 서성이는 참새 몇 마리와 삶에 너무 지쳐 국밥 한술을 뜨는 사람들은 동격이다. 감정 토로나 설명을 자제하고 풍경을 최대한 객관화하여 간결하게 보여주는 시인의 연륜이 낳은 솜씨다. 변방의 소외된 곳을 애써 바라보며, 척박하지만 함께 나누는 몸짓에서 사람살이의 희망을 꿈꾸는 시인의 의지가 독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위로해 준다.
박현덕 시인은 1987년 『시조문학』에 추천이 완료되고,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부분과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중앙시조대상, 김만중문학상, 백수문학상, 송순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시인으로 『겨울 삽화』, 『밤길』, 『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 『스쿠터 언니』, 『1번 국도』, 『겨울 등광리』, 『야사리 은행나무』, 『대숲에 들다』와 같이 8권의 시조집을 상재하였다. 이번 시집은 그의 9번째 시조집으로 총 3부 6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