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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문화의 위기를 넘어서
인간생명은 다른 존재자와 마찬가지로 고유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생명은 태생적으로 다른 존재에 비해 외부의 도움이 특별히 더 필요합니다. 어린아이와 노인의 나약함은 가족의 도움이 필요함을 잘 말해줍니다. 그러므로 가정 공동체는 어린아이와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결속하게 됩니다. 이는 인간생명이 특별한 공동체적 지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어린아이와 노인에게서 그렇듯이 인간에게서 생명성은 약해질 때 더욱 그 의미가 드러납니다. 여기에 상생의 생명 법칙이 작용합니다. 그러나 생명의 배려는 일방적이거나 대응적이지 않습니다. 생명의 법칙은 받은 만큼 돌려주거나 받은 자에게 돌려주는 교환의 법칙이 아닙니다. 상생의 법칙은 관계를 통하여 고유한 생명의 의미를 발견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생명의 차원이 고양될수록 관계는 새롭고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자연적 차원에서는 상호 간의 생존만을 생각하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나아가 종교적이거나 도덕적 차원에서 삶의 완성이 무엇인지 생명의 지향점을 고양시키게 됩니다.
의례는 통과의례에서 보듯이 생명성을 고양시키는 문이며 생명문화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간이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삶의 양식이 또한 의례입니다.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까닭이 의례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계를 유지하고 결속시키는 것도 의례입니다. 그러므로 의례는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적 울타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의례를 통하여 인간은 상호 간에 존귀함을 느끼며 삶의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게 됩니다. 상대방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성을 확인하게 하는 의례의 형식은 인간을 인격적 존재로 이끕니다. 인격은 의례를 통하여 나타나므로 성품의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의례는 인격을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갖춘 조건에 따라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 없이 부여하거나 상호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므로 의례는 어떤 전제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례는 목적 없는 자유를 향한 몸짓이자 놀이입니다.
미래사회에 인간은 인공지능에 의해 더 고립되고 소외된 삶을 살 것입니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인간으로서의 종차(種差)를 드러내는 삶을 사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인간만이 고유하게 홀로 행할 수 있는 인격적 행위는 의례입니다.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은 인공지능이 다가 올 수 없는 경계인 개인의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인의례는 최소화된 사회의례의 질을 높이고 인간의 삶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의례는 그 자체로 프로그램화된 과학적 세계의 차원을 넘어서는 인간의 길입니다. 부조리, 모순, 충동, 자비, 사랑의 삶이 의례 안에서 이해되고 새롭게 그 가치를 드러낼 것입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삶의 지평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