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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교한 언어로 길어 올린 인간 내면의 연약한 심연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 문학의 정수

    나쓰메 소세키의 장편소설 〈마음〉이 양윤옥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근대 문학의 기틀을 세운 거장으로,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국민 작가이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의 1천 엔권 지폐에 그의 초상이 사용되기도 했다.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오늘날 읽어도 상당히 세련되고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널리 사랑을 받으며 현대 일본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 나쓰메 소세키를 꼽기도 했다.
    『마음』은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가장 많이 읽히며 연구되어 온 근대 문학 작품이기도 하다. 대학생인 화자 〈나〉와 서른 무렵의 지식인인 〈선생님〉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다룬 소설로서, 〈나〉와 〈선생님〉의 만남과 우정,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정체 모를 고독 속에서 살아가던 〈선생님〉의 죽음과 자기 고백 등의 이야기를 세심히 그려 낸다. 메이지 말기의 급변하는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개인의 흔들리는 내면과 고독을 정교하게 묘사한 걸작으로 평가된다. 소세키는 49세의 나이에 병마로 세상을 떠났는데, 『마음』은 그 2년 전인 1914년 4월부터 8월까지 도쿄와 오사카의 『아사히 신문』에 〈마음: 선생님의 유서〉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 말년에 쓰인 작품인 만큼, 인생의 관록에 다다른 작가의 섬세하고 원숙한 깊이가 배어 있다.
    이야기는 〈나〉와 〈선생님〉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학생인 〈나〉는 여름 방학에 놀러 간 가마쿠라의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선생님〉에게 불가사의한 매력과 이끌림을 느낀다. 〈나〉는 〈선생님〉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선생님〉은 타인에게 마음의 거리를 둔 채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는다. 또 명문 대학을 졸업한 지식인임에도 사회로 나가 활동하지 않고 숨은 듯이 조용하게 살아가고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듯한 그 모습에 〈나〉는 〈선생님〉에게 점점 더 큰 궁금증을 느낀다. 그러던 중 〈나〉는 아버지의 병환으로 고향에 돌아가 머물러 있게 되고, 그사이 〈선생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침묵에 싸여 있던 〈선생님〉의 마음의 비밀은 그가 〈나〉에게 남긴 유서에 의해 밝혀지는데…….
    이처럼 이 작품은 한 시대가 저물어 가는 메이지 말기의 사회를 배경으로, 구세대의 인물이 신세대를 향해 자신의 내면의 갈등을 드러내 보여 주는 구조를 취한다. 지나온 청춘의 과오를 돌아보며 쓰디쓴 물음을 던지는 작가의 농익은 시선이 담겨 있다. 소세키가 살았던 시대는 서양 문물이 급격히 유입되며 새로운 가치가 싹트고 기존의 봉건적 질서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겪던 격변기였다. 이러한 격변 속에 사람들은 혼란을 겪었고, 새롭게 맞닥뜨린 자유와 함께 깊은 고독과 불안을 감당해야 했다. 소세키는 그 속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흔들리는 내면, 고결한 만큼 더 상처 입기 쉽고 무너지기 쉬운 마음의 풍경들을 놀라울 만큼 섬세한 필치로 그려 보인다. 예민한 윤리 의식과 죄의식으로 괴로워하며 스스로를 부정하는 〈선생님〉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과도기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 고립된 자아를 오롯이 감당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고독, 〈마음〉이라는 그 연약한 심연을 정교하게 그려 냈다.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등 현대 주요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번역해 온 양윤옥 번역가는 나쓰메 소세키의 섬세한 문장들을 특유의 문체를 살려 생생하게 옮겼다. 번역 원본으로는 夏目漱石, 『定本漱石全集 9』(東京: 岩波書店, 2017)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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