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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계산하는 기계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만든 생각들의 역사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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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인공지능의 재부상은 지나치게 급작스러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2016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뚜렷한 분기점이 되었다. 생각해보자. 그해 이전까지 우리(한국인)는 편리한 가전제품, 고성능 컴퓨터, 스마트한 전자기기를 인식했지, 인공지능이란 기술을 직접으로 인지하며 살진 않았다. SF 영화들이 그리는 미래상이 아무리 파국적이어도 현실감을 갖기는 어려웠다. 알파고는 달랐다. 때마침 불어닥친 다포스 포럼의 4차 산업혁명 담론이 좋은 땔감 노릇을 하기도 했다. 2011년 이후 ‘내 손바닥 안의 세상’을 가능케 한 스마트폰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다른 스마트한 기술들이 그러했듯 기술의 원리를 몰라도 기계의 사용은 가능하다. 그런데도 인공지능이 유별나게 공포와 불안, 비관적 전망을 자아내는 이유는 뭘까? 강인공지능 혹은 초지능은 시간의 문제일 뿐 아주 당연히 실현될 기술인 것처럼 묘사되곤 한다. 정말 그럴까? 강인공지능을 당연시하는 예상들을 무작정 수용하기 전에 자문해보면 어떨까. ‘내가’ 인공지능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무엇인가? 이 초보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인공지능을 너무 모른다. 그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인공지능 기술은 얼마큼 발전해 있는지,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파고는 초지능의 잠재력을 가진 기계인지 아닌지 등등.

    이 책을 쓴 잭 코플랜드 교수는 컴퓨터 이론과 역사에 정통한 철학자다. ‘지능을 가진 기계’의 이론적 기초를 닦은 앨런 튜링의 저작과 논문, 강연 등을 수집해 문서보관소(아카이브)를 설립하고 연구해 온 인공지능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가 컴퓨터를 ‘생각하는 기계’로서 받아들이지 여부는 철학적 쟁점들을 검토한 후 공동체의 합의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최초의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계산하는 기계에게 인간에게 사용하던 개념들을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고활동에 고유한 특성은 무엇인가? 인간의 사고를 모방하도록 만든 기계가 어느 수준까지 도달하면 ‘생각한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뿐만 아니라 우리는 ‘컴퓨터’란 용어에 대해서도 현실에 부합하는 개념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 컴퓨터는 초창기의 목적대로 ‘계산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나아가 기계가 생각한다고 말할 때 ‘생각’이란 어떤 내용을 함축하는가? 코플랜드의 지적대로 “이는 결코 기술적인 쟁점이 아니라 오로지 철학적인 쟁점이다.” 그리고 “어쩌면 기술 전문가들은 생각하는 기계를 실제로 전혀 만들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인공물이 글자 그대로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 개념적 오류인지 아닌지 하는 의문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p.89)

    코플랜드의 문제제기는 체계적인 접근하에 하나하나 고증되고 논증된다. 인공지능에 대한 그의 철학적 조사는 철학적 범주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1장부터 5장까지는 컴퓨터의 태동으로부터 시작해, 인공지능 제작을 목표로 눈부신 성과가 쏟아지던 시기의 결과물들을 소개하고 검토한다. 이런 내용은 경험적 증거들에 대한 고증이기 때문에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기술적 원리를 장악하지 않고서는 다뤄지지 못한다. 인공지능에 정통한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의 저작이 갖는 풍부한 내용성은 이 같은 저자의 학제적 역량에서 비롯한다. 책 전체는 저자의 논증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6장 이후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를 모사하려는 목표를 추구하는 한 결부될 수밖에 없는 비경험적 문제(철학적 쟁점)들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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