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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연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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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결코 그를 무겁게 만들지 못했다

    《연민의 기록》은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사진 칼럼니스트인 에르베 기베르(1955?1991)가 《빨간 모자를 쓴 남자》《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와 함께 자신의 죽음을 소재로 쓴 자전적 소설 3부작의 마지막 소설이다.
    에르베 기베르는 어떠한 금기도 인정하지 않는 거침없는 태도로 에이즈의 파괴적인 면모를 파헤치는 논쟁적인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는 에이즈로 죽어가는 동안 그 병을 자기를 드러내는 도구로 삼아 삶의 마지막을 색다른 명성의 광휘 속에서 보냈다. 에이즈는 작가의 비밀도 명분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에게 뮤즈이자 교사가 된 것이다. 기베르의 예술과 그의 사적인 생활 사이의 경계는 무의미했다. 결과적으로, 기베르의 작품들은 ‘질병 문학’에 중대한 역할을 했고,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건강함의 사려 깊은 훌륭함이 은폐하는 모든 것” 에 새롭게 다가가려는 작가적 의지를 보여준다. 기베르는 그의 질병을 꺼져가는 삶의 빛에서 일정한 패턴을 판독해내는 수단으로 삼아 그 안에서 살았다.

    지금보다 더 외로운 전염병의 시절에서 온 타임캡슐 같은 소설

    에르베 기베르는 《연민의 기록》을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의 속편이라고 말한다. 그가 절대 쓰지 않겠다고 했던 바로 그 책이다.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와 《연민의 기록》 두 책 사이에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다. 바로 작가가 글쓰기를 단념했던 시간이자, 체험의 시간이다. 등장인물은 전작과 동일하다. 작가이자 에이즈 환자인 에르베 기베르, 그의 친구들, 환자들과 간병인들. 그리고 스물여덟 살의 젊은 의사, 클로데트 뒤무셸이 등장하는데, 이 아름다운 여성이 기베르를 진찰할 때마다 둘 사이의 묘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어쩌면 사랑에 가까운 관계일까, 절대 알 수 없다. 새로운 약도 등장한다. 구하기 어렵고, 검증되지 않았으며, 아직 실험 중인 약물, 디다노신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 약물을 암시장에서 입수한 삼백 여명이 의사의 지시 없이 절망적으로 무분별하게 남용해 목숨을 잃었지만 프랑스에서는 의사들이 ‘연민의 기록’이라 부르는 실험 의정서 안에서 말기 환자들에게만 지급했다.
    에르베 기베르는 그 새로운 약으로 쇠약해진 상태를 극복하며 글을 쓸 수 있었다. 위험하고 실험적인 치료법으로 그가 경험했던, 짧지만 본질적인 변화를 수반한 ‘부활’에 대한 감동적인 투병의 기록이 바로 《연민의 기록》이다. 《연민의 기록》은 질병으로 인해 고작 서른다섯 살에, 노인의 몸이 된 한 남자의 당황스러운 고통과 분노, 슬픔 그리고 외로움, 그렇지만 끝내 놓지 않는 ‘희망’에 대한 처절하지만 아름다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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