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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붉은 오월, 그곳에 푸른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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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가 지운 빚 말없이 떠안은 오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마주한 소년이 동물원을 배경 삼아
    살아남은 자의 아픔과 희생된 영령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다

    1980년 5월 광주는 군홧발과 총칼, 몽둥이에 신음하며 처절히 저항하다 스러졌다. 그날 광주는 주검이자 슬픔이었고, 뜨거움이자, 자유였다. 그러나 세상은 권력욕에 불타는 일부 군사 반란 무리가 광주를 희생양으로 삼았음을 알지 못했다. 오히려 거짓 선동에 속아 무지와 외면, 편견으로 광주를 조롱했다. 하지만 광주는 모든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감내했다. 그렇게 광주는 자신의 순결을 소중하게 지켜나갔다. 차곡차곡 쌓이는 슬픔 속에서.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광주가 겪은 그 날을 세상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했지만, 여전히 아프고 쓰리다. 그토록 광주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트렸던 무리와 추종하는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니까. “친 사람은 다리를 오그리고 자고 맞은 사람은 다리를 뻗고 잔다.”라는 우리 속담은 거짓이다. 오히려 권력의 정점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세상 편하게 잘산다. 여전히 광주만 희생된 이들에 대한 살아남은 자의 빚이 고통으로 짓누를 뿐이다.
    광주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나지막한 언덕에는 중세 유럽의 성채 같은 동물원이 있다. 하지만 동물원이라고 해서 5·18 민주화 운동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사람이 떠난 동물원에 부자만 남게 된다.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어도 동물에게는 사람 손길이 필요하기에. 하지만 동물원에 군인과 시민군이 번갈아 드나들게 되면서, 부자는 그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진실들과 마주한다. 명령을 따라야만 하는 군인의 방황과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역사에 산 증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 그리고 어린 광훈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현장에서 고통스럽게 살아 숨 쉬던 이들의 속살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학살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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