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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사실들이 조금은 우리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도스토옙스키에게로, 또 《죄와 벌》의 책장을 넘기도록 이끈다. 하지만 뭔가 아쉽고 부족하다. 19세기 중엽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는 딱히 공통점이 없는 시공간에 속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하여 『죄와 벌』과 재회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제안하는 키워드는 자유, 윤리, 구원의 세 가지다.
19세기 러시아의 수도였던 페테르부르크 빈민가에서 벌어진 도끼 살인. 살인범은 라스콜리니코프, 즉 ‘로쟈’로도 불리운 대학생 청년. 로쟈는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계획적으로 죽이고, 때마침 나타난 노파의 여동생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로쟈는 노파의 돈을 노리고 죽인 것이 아니다. 그는 관 같은 하숙방, 거대한 수용소를 방불케 하는 페테르부르크의 뒷골목과 자신을 옥죄는 관계들로부터 떠나고 싶었다. 그러한 발작적 욕망은 로쟈를 진정한 자유로 이끌 것인가?
로쟈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범죄라고? 이게 무슨 범죄라는 거지?”라며 격분하지만, 자신의 나약함이야말로 ‘죄’이기 때문에 벌을 받아야 한다며 유형살이를 각오하고 자수한다. 죄와 벌의 개념을 전복하는 로쟈의 비범한 사상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윤리의 문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