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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증상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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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방법론이 유효한 이유가 있다면
    결국에는 타자의 선택을 기다린다는 데 있다

    [증상의 시학]은 김영범 평론가의 첫 번째 비평집으로, 「지금-여기의 비극과 리얼리즘」, 「불가능한 정치, 가능한 시」, 「‘증상’의 시학-이영광론」 등 19편의 비평이 실려 있다.
    김영범 평론가는 1975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3년 [실천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했다. 저서 [한국 근대시론의 계보와 규준] [신라의 재발견](공저), 평론집 [증상의 시학]을 썼다. 2022년 한국문학이론과비평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부정적인 것에 머물기’. 슬라보예 지젝이 재전유한 헤겔의 [정신현상학] 서문에 적힌 이 구절은 김영범 평론가가 펴낸 [증상의 시학]의 누빔점에 해당한다. 김영범 평론가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다. “오늘의 시는 부정성으로, 즉 헤겔이 말했던 ‘부정적인 것에 머물기’로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실패라는 진무한’을 경유하여 미결정의 영역을 개방하는 여정이며, 비평의 전망을 초월한 어떤 불가지로의 이행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명기해야 할 사실은 앞선 문장에 적힌 ‘실패’란 비평(담론)의 ‘(잠정적인) 실패’라는 점이다. 사정이 이럴 수밖에 없는 까닭은 우선 비평이 일종의 ‘상징체계’이기 때문인데, 그보다 본질적인 사태는 “그것들의 적합성과 타당성을 보증할 근거들이 생성 중인 역사의 현장”에서 비평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평은 더더욱 자신의 필패를 포월해 “작품 속의 ‘잉여’를 발굴하고, 그것이 초래하는 미래를 예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김영범 평론가가 제안하고 실행하는 비평의 과정은 상당히 바디우적이다. 아니 바디우보다 더 바디우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실패라는 진무한’, ‘여정’, ‘초월’, ‘이행’ 등이 끌어당기는 ‘충실성(fidelity)’은 ‘진리’를 향한 과정이라는 문맥보다 ‘사건’을 현행화하고 ‘진리’를 지금-여기에서 가동시키는 실천의 장소로 비평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평이 “작품 속의 ‘잉여’”를 향해야 하며 그것이 “초래하는 미래” 곧 ‘미결정과 불가지의 영역’ 달리 말하자면 타자의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주저 없이 단언컨대 이것이 “문학이 육박해 오는 ‘리얼’한 세계”를 마주한 자의 최소한의 윤리이자 최대한의 사랑이지 않겠는가. [증상의 시학] 곳곳에 맺혀 있는 “우릿”한 “통각”은 요컨대 김영범 평론가가 “‘실패라는 진무한’을 경유”해 ‘개방’한 우리 세계의 ‘리얼’인 것이다. 절절하고 도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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