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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웅크린 말들 (말해지지 않는 말들의 한국어사전)
2018년 사회과학 분야 13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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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에 새롭게 쓰인 '난쏘공'

    가장 짙은 그늘의 현장에서 채집한 생생한 단어들을 화두로 써내려 간 글들을 모아 엮은 『웅크린 말들』. 우리 사회에서 전해지기 쉽지 않은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와 웅크린 시선을 저자만의 단단한 문체에 담아, 때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자의 내면과 일상을 충실히 복원하여 그들의 화법으로 쓸쓸하기 그지없는 풍경을 세상에 전파한다. 동시대의 어떤 문학작품 못지않게 서늘한 향기와 참혹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밑변보다 아래에 있는 이들이 간직한 상처와 절망, 원한, 정념, 비애를 보듬는다.

    폐광 광부, 구로공단 노동자, 에어컨 수리 기사, 다양한 알바생, 대부 업체 콜센터 직원, 넝마주이, 이주 노동자,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병 환자, 성소수자, 수몰민, 송전탑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등을 직접 만나 깊은 대화를 시도한다. 또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잊힌 흔적을 찾고, 출입국사무소에서 수모를 당하는 이주민의 슬픔을 목도하며, 농민 백남기의 인생을 상세하게 복원하기도 한다. 실제 기록을 있는 그대로 살린 세월호 사건의 기록은 이 시대 슬픔의 한 극점을 보여 준다.

    저자는 사실에 대한 건조한 서술에 멈추지 않고,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응시하는 한편 사건의 배후와 진실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다큐와 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형식 아래 쓰인 글들을 통해 한 번도 제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없었던 사람, 자신의 욕망을 세상에 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절박한 내면과 웅크린 가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말해지지 않는 말들을 섬세하게 감별해 내는 치밀함과 고뇌는 저자의 문장이 단지 쉽게 스쳐 읽을 편한 대상이 아니라, 곰곰이 음미해야 할 텍스트임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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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장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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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서로를 알아보는 말들"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업체 소속 기사의 추락사 이후 에어컨 수리 기사들은 스스로를 ‘계란’이라고 부른다. 이 회사는 수리 기사들에게 월급이나 주급이 아니라 건당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이동 시간과 상담 시간을 모두 빼고, 수리하는 데 걸린 시간만 분 단위로 계산하여 ‘분급’을 지급한다. 말이 참 슬프다.

    ‘한센인’은 병명이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통칭하는 보통명사가 된 사례다. 과거 ‘문둥이’라고 비하당했던 소록도 원생들은 스스로를 ‘문씨’라고 불렀다. 이후 한센인이란 말이 통용되자 ‘한씨’리고도 했다. 소록도는 ‘1번지’와 ‘2번지’로 나뉜다. 직원과 가족이 사는 1번지는 ‘직원 지대’ 또는 ‘무균 지대’라고 불리고, 환자가 거주하는 2번지는 ‘환자 지대’ 또는 ‘유균 지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말이 참 무섭다.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계획적으로 폭력을 쓰는 사람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1월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경찰의 물대포에 목숨을 잃은 백남기 농민이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과연 어느 쪽이 테러리스트인가. 문득 말이 허망해진다.

    비루하게 추락한 말을 살리고, 허튼 말에 사로잡힌 이들을 구하고, 속으로 삭이던 웅크린 말들을 들리게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숨이 콱콱 막히는 이야기 속에서, 너무 어둡고 깊어 빛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현실 속에서, 아직 누구의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에게도 언뜻언뜻 들리는 말들이 있다. 이 말들에 귀 기울이며 입술을 움직여 따라해본다. 서로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 인문 MD 박태근 (2017.12.01)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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