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불러서 집을 고치고, 새 물건을 사서 고장 난 물건을 치워버리는 방식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 ‘주어진 환경에 자신을 끼워 맞추고 문제를 잊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과거에 그랬던 저자 모호연이 공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 공구의 가짓수를 늘리게 되었고, 늘린 공구 수만큼 삶이 이전보다 재밌는 일들로 채워졌다고 말한다. 손에 익도록 아껴주며 써온 ‘반려공구’의 목록과 각각의 쓰임새, 공구 덕에 일상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실용적인 정보와 에세이를 적절히 섞어가며 들려준다.
저자의 말처럼,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생경하고 두려운 모험이다. 실패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 떠오른다면 시작조차 망설여지고 어려운 일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공구를 사용할수록 안심이 되었고, 일상의 문제들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되자 여러 면에서 자유로워졌음을 고백한다.
전동 드라이버를 산 후로 일단 시작해보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성공할 방법을 고민하고, 요모조모 쓰임이 많은 글루건을 보면서 자신도 글루건처럼 아주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톱질의 경험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서 힘차게 밀고 당기며 나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줄자로 좋아하는 책의 키와 손톱의 너비, 거대한 플라타너스의 잎을 재는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거나, 빌라 건물의 입구 유리문 손잡이를 렌치로 고치고, 빌라를 나설 때마다 튼튼한 문 상태를 확인하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귀여운 면모도 보인다. 이렇듯, 공구 예찬에 씩씩함과 다정함을 물씬 풍기면서 공구를 사용하기 전보다 단단해지고 흥미진진해진 삶의 이야기를 더해 들려주니 이 책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채로운 공구 사이사이, 유머와 긍정을 놓지 않으려는 작은 시도들과 함께 진중하게 일상을 돌보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간이 무척 편안하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