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대는 사랑을 구원이라 믿었다. 사랑이야말로 삶의 가장 큰 성취이며, 사람을 바꾸는 힘이라고 믿었던 시대. 비비언 고닉의 어머니 역시 말한다. "여자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랑이야."
비비언 고닉은 그 믿음을 집요하게 의심하는 사람이다. 그가 사랑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랑 하나에 삶 전체를 거는 태도를 경계한다. 우리는 종종 삶의 결핍을 사랑으로 채우려 하지만, 사랑이 삶을 완성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그는 외면하지 않는다. 사랑을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오래된 신화는 그의 문장 앞에서 힘을 잃는다.
사랑은 삶을 대신 살아주지 못한다. 그 단순한 사실 하나가 사랑을 둘러싼 오래된 믿음을 흔든다. 그렇기에 <연애 시대의 종말>은 사랑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 사랑에 덧씌워진 환상을 걷어내는 책이다. 사랑은 우리를 완성하지도, 구원하지도 않는다. 이 책은 혼자 살아가는 인간에 관한 냉정하고도 자유로운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