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새벽빛이 비쳐드는 할아버지의 창가 책상에 놓인 동그란 모자.
모자는 늘 할아버지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잠들며
할아버지의 단단하고 고요한 일상을 지켜 줍니다.
오묘한 계절의 감각을 화폭에 담는 화가 정인하의 시선과
심상한 순간을 새로운 각도로 경험하게 하는 시인 임수현의 문장.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에 가다 보면 종종 시선이 머무르는 방향이 있습니다. 빠르게 흐르다 가끔 멈추는 차창 밖 풍경은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한 생애의 비유 같기도 합니다. 마냥 쓸쓸하다고만 볼 수 없는 여정입니다. 때때로 화창했던 날들을 가만히 떠올리며 머리 위 모자를 한번 쓰다듬습니다. 이 삶을 기꺼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습니다.
_임수현
할아버지 특유의 옷차림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푹 익은 듯한 실루엣, 체크 셔츠나 비둘기색 면 재킷 같은 것들이요. 할아버지를 많이 많이 그려야지 하고 시작한 작업인데, 시간이 갈수록 할아버지 속으로 쑥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일상은 단정하고 감정은 담담해 보이지만,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 읽는 이의 마음에 무언가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렸습니다.
_정인하
모자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어디든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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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꽃집에도 가고
책방에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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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는 할아버지가 꾸벅꾸벅 졸 때도
깜빡 잠들지 않고 할아버지를 지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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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둥근 모자 속에, 모자는 할아버지 속에,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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