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북펀드는 출판사 요청에 따라 출판사 주관하에 진행됩니다.
일본에 철학이 있는가? 있다면 일본에서 철학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정신사적 모색과 응답, 그리고 그 실체를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저자 노구치 료헤이의 문제의식이다.
무엇보다 그는 우선 지정학적으로 일본 열도가 처한 상황에 주목한다. 바로 ‘고립성’, ‘변방성’, ‘쇄국성’이 그것이다. 일본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이들 요소는 현재까지 일본의 정신사적·문명사적 실체를 규정하는 본질적 요소이다. 그것은 바로 강대한 문명, 즉 중국과 인도, 유럽과 미국의 주변부에 머문 일본 열도의 자기 인식 내지는 자기 분열의 극명한 경험을 의미한다. 강자와 우월한 자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하는 약자와 열등한 자의 ‘깊은 진통’ 속에서 일본의 정신사는 그 씨앗을 배태했으며, 지난한 역사 과정 속에서 부침을 겪었다. 그것은 바로 위로부터 강요되는 보편, 즉 강대한 문명에 의해 주어진 ‘전체주의적 지향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 노구치는 “아래로부터의 보편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위로부터의 보편성”과는 대조적으로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타자와 더불어 시간을 들여가며 “함께 만들고 길러 가는” 태도를 취한다. 그것은 열도의 약함, 뒤처짐, 흔들림 같은 “위로부터의 보편성”을 기준으로 삼으면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이라 여겨질 수 있는 여러 조건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서밖에 생겨날 수 없는 독자적인 보편성을 대화적으로 구상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즉 ‘열도’에 갖힌 일본 철학자의 문제의식은 고스란히 ‘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우리 역시 주변의 강대한 문명에 의해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자신의 책이 ‘열도 철학사’인 이상, 그 짝이 되는 ‘반도 철학사’가 쓰이기를 진심으로 소망하고 있다.
한국어판에 부쳐 5
서설 13
제1부
1. 다유(太夫), 사이조(才藏) 모델 33
기술의 원리: 발생적 방법
오리쿠치 시노부의 기획: 『일본 문학에서의 하나의 상징』
다유와 사이조라는 맞짝 관계: 모델의 생성
모델의 재해석: 다다 미치타로로부터 쓰루미 슌스케, 가토 노리히로에게로
2. 고립성과 변방성 51
고립성이라는 조건: 1만년의 시간
조몬에서 야요이로의 전환
불교 이전의 세계상
변방성이라는 조건: 불교 도래와 긴메이(欽明) 천황의 물음
3. ‘일본인’이 된다는 것 67
‘일본인’이라는 개념
집단의식
‘왜인’, ‘화인’, ‘일본인’
저항 주체, 차별 주체, 극복 주체
4.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세계상 81
『고사기』와 『일본서기』: 제작 도상의 ‘일본인’
‘나라 낳기’와 ‘신(神) 낳기’: 드러나는 자연 상태
‘나라 만들기’에서 ‘나라 물려주기’로: 드러나는 어긋남
5. 지연 반응의 회로 97
선택으로서의 쇄국
독립에의 시동
심화하는 ‘아와레’
지연 반응의 정화
6. ‘아와레’에서 ‘무상’(無常)으로: ‘아래로부터의 보편성’의 발견 113
사고법의 극적인 전환으로
‘아와레’에서 ‘무상’으로
‘도리’(道理)의 발견으로
‘아래로부터의 보편성’으로
7. ‘일본어’의 형성 131
제2부
8. 오닌(應仁)의 난(亂) 전후 149
위기의식의 소산
역사적 분기점으로서의 오닌의 난
본지 수적설와 반(反)본지 수적설
의식의 이중성에 대한 자각
9. 서구의 충격과 제2의 쇄국 163
서구의 충격
전쟁으로부터 평화로: 정통성과 정당성
제2의 선택적 쇄국
잠복 기리시탄의 경험
10. 근세의 균열: 노리나가(宣長) 문제란 무엇인가 179
근세의 기점이 안고 있던 것
근세적 공사관(公私觀)의 확립: 오규 소라이
근세적 공사관에 대한 저항: 모토오리 노리나가
나로부터 공(公)에 이르는 논리: 다다노 마쿠즈
11. 유토피아적 구상력의 탐구 208
이상의 추구
신(神)과의 문답으로부터
표류민의 경험
근대를 길러야 할 것: 다카노 쵸에이
제3부
12. 내재(內在)와 관계(關係)의 대화 215
부조리의 감각과 위기 감각
씨 뿌리는 사람: 요시다 쇼인
내재로부터 관계로: 나카오카 신타로
관계로부터 내재로: 후쿠자와 유키치 I
13. 만들어진 제도와 제도를 만드는 자 233
피할 수 없는 대립
현교(顯敎)·밀교(密敎) 시스템의 확립으로
일반 의지의 재정의로: 나카에 쵸민
나라 세우기는 사사로운 것이다: 후쿠자와 유키치 II
14. 앞지르지 않는다는 선택지 251
우승열패의 교설을 둘러싸고: 가토 히로유키와 기타무라 도코쿠
따라잡은 후에: 이치요로부터 소세키로
새로운 일본어의 모색
선택되지 않은 선택지를 생각하다: 니시다, 야나기, 이시바시
15. 전시(戰時) 아래의 갈등과 대립 269
제1차 세계대전과 야나기타의 ‘상민’(常民)
자기로부터 세계에 이르는 길: 가네코 후미코와 나카노 시게하루
황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석권
나카자토 가이잔 『대보살 고개』: 플라톤의 물음을 마주하여
16. 전시와 전후 사이 289
전쟁 책임을 묻는 관점: 이타미 만사쿠
‘패전’으로부터의 출발: 요시모토 다카아키
전쟁과 평화를 잇는 것: 요시다 미쓰루와 이부세 마스지
균열을 껴안는 힘: 하니야 유타카와 다케우치 요시미
17. 이솝의 우화처럼 305
패배력의 탐구: 쓰루미 슌스케
작은 것으로부터의 철학: 후쿠다 사다요시
신념 대립의 극복으로: 다케다 세이지
첫걸음: 가토 노리히로
마치며 323
후기 331
옮긴이의 말 337
찾아보기 347
“일본에는 철학이 없다.” 내게 이 말은 내가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 일본 사회가 빠져 있는 병리 현상과 곤궁한 상황의 근원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비서구 세계에서 철학사를 엮는다는 것은 서구 문명 본위로 보편이 이데올로기로 전화하는 실태를 검증하고 아울러 ‘보편’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구상하고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
인도, 중국, 유럽, 미국이라는 강대한 중앙 문명의 변방에 놓여 있는 일본 열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기초해 세계상의 흔들림을 경험하고 어쩔 수 없이 자기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자기 균열은 열도 사고의 통시적 전개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났고 무엇을 가져왔을까? 나는 균열의 여러 양상과 그 귀결에 빛을 비추기 위해 이 책에서 ‘고립성’(孤立性), ‘변방성’(邊方性), ‘쇄국성’(鎖國性)이라는 세 가지 계기를 열도 사람들의 사고를 일정한 방식으로 조건 짓는 상관항으로서 정립라고 서술의 밑바탕으로 삼았다.

1. 36,000원 펀딩
- <열도 철학사> 도서 1부
- 후원자 명단 인쇄 엽서 삽지
- 펀딩 달성 단계별 추가 마일리지 적립